▶ 차 한잔의 초대/미주현대불교 발행인 및 편집인 김형근
<사진 조진우 기자>
미주지역 불교계 하나로 연결…28년째 미주현대불교 발행
강좌·연꽃 무료보급· 북한사찰 순례 등 큰 호응
내달 뉴욕한국문화재단과 플러싱타운홀서 ‘고려불화전
미주지역 불자들의 눈과 귀 역할은 물론 미주불교 활성화를 위해 미 전국을 발로 뛰며 묵묵히 ‘미주현대불교’를 발행해 온 김형근 발행인 및 편집인, 그는 ‘불교는 나의 길’이라 말한다. 그를 만났다.
●오는 4월 ‘고려불화전’ 개최
“1989년 10월에 미주현대불교를 창간하여 격월간으로 세 번 발행한 이후 월간지로 내고있다. 2017년 현재 통권 318호 28년째다. 요즘은 일년에 10번 잡지가 나온다. ”
김형근 발행인은 미주현대불교가 미주 한국 불교의 사찰 주소록을 정확하게 작성하고 뉴욕, LA, 시카고, 워싱턴DC, 하와이 등으로 고립, 분산되어 활동해온 한국 불교계를 하나로 묶고 연결시켰다고 소개한다.
“나이 33살에 불교잡지를 만든다고 하니 LA관음사 주지 도안스님이 세 달도 못되어 그만 둘 일을 왜 한다고 나서냐고 했다. 천만명 신도에 만개가 넘는 사찰이 있는 한국에서도 불교잡지가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는데 왜 미국에서 젊은 사람이 하냐고 했는데 3년 후 그 스님이 가장 큰 후원자가 되었다. 잡지 발행 10여년 후인 어느 순간, 불교활동이 나의 운명이고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깨달았다. ”
이렇게 김형근은 30여년간 흔들림없이 꾸준히 한 길을 가고 있다.
오는 4월22일~5월3일까지 플러싱 타운홀에서 뉴욕한국문화재단과 타운홀 공동주최로 ‘고려불화전’이 열린다. 뉴욕을 시작으로 LA,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열리는 ‘고려불화전’은 한국일보 특별후원이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뉴욕한국문화재단(Korean Cultural heritage Foundation)은 2010년 김형근과 아내 김지영 변호사가 함께 설립한 재단으로 ‘고려사경전’ 주요도시 전시회를 개최하는 한편 한인 예술활동도 지원해 오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보고 아무도 기독교 그림이라 하지 않는다. 고려불화는 고려자기, 고려사경, 금속활자와 함께 대표적인 한국문화인데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남은 작품도 160점 정도뿐이다. 그중 120점은 일본에 있고 한국에 20여점, 미국에 10여점 있다. 고려불화전에 조이락, 강창호, 현승조 3인의 불화 모사작이 전시된다.”
● “ 길부터 닦자 ”
김형근은 1956년 9월13일 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에서 4남2녀 중 세 번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선주 겸 농사도 지었고 어린 김형근은 할머니를 따라 절에 가곤 했다. “서해안 심포리의 망해사에 주로 갔고 사월초파일이면 할머니와 버스를 타고 김제 금산사에 갔었다” 는 그다.
김형근은 1984년 전북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그해 6월 미국 유학을 왔다. 커네티컷 브리지포트 대학에서 랭귀지 코스를 마치고 헌터칼리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1985년 3.1절이 되어 맨하탄 17가의 원각사로 강연을 들으러 갔는데 강사가 법안 스님이었다. 법안은 그의 대학선배였다.
법안스님의 요청으로 김형근은 회보 ‘원각’을 한달에 한번 만들었다. 아예 1986년부터 원각사에서 1년간 살면서 예불을 보며 피부로 불심을 느꼈다.
김형근은 1986년부터 뉴욕청년봉사교육원(청년학교, 현 민권센터)에서 청년활동을 했다. “당시 신경성 위장병이 생겨 고생을 많이 했다. 한국청년연합을 통해 한국민주화 통일운동을 하는 한편 1986년부터 10여년간 스토니브룩 한국학회 사무국장으로 박성배교수가 추진한 스토니브룩 한국학과설립 실무를 담당했다. ” 한국과 연관된 여러 일을 하면서 원각도 꾸준히 만들면서 점차 불교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한다.
“불교를 이 생에서 그저 스쳐지나가는 식으로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계학을 공부하러왔는데 점차 이 분야에 관심이 없어져갔다. 미국에서는 한국불교에 대해 잘 몰랐다. 지역사람들은 알아도 일반인들은 어디에 한국 절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불교언론이 필요했다. 길부터 닦자는 마음으로, 미주현대불교를 창간하게 된 것이다.”
당시 뉴욕에는 원각사, 전등사, 연국사, 조계사, 백림사 등이 있었고 잡지 발행 시기에 한마음선원이 생겼다.
●한국불교, 미국에 심다
“89년 시카고, 하와이, 시애틀을 다니면서 원고를 만들어 서울로 보내 세 번 잡지를 내었다. 90년부터 송백출판사에서 잡지 편집 및 디자인을 하여 컴퓨터로 출력했다.”
김형근은 1988년부터 플러싱에 명함, 봉투, 전단지 등을 만드는 디자인업체 ‘송백출판사(Evergreen Publishing & Design)’ 를 15년간 운영하면서 이곳에서 잡지를 만들었다.
미주현대불교에 한국 사찰뿐만 아니라 샴발라 센터를 비롯한 백인불교계, 티베트, 일본, 중국, 베트남, 남방불교국가, 몽고, 부탄 등 미주에서 활동하는 국가의 불교활동을 보도했고 한국 불교계에 이름높은 스님을 수시 초청, 미주 여러 곳에서 법회와 행사를 개최하여 한국불교를 미국내에 심었다.
김형근은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다. 1980년대 뉴욕시 교육위원 선거 한인대책위원회 총무로 시작하여 공동위원장까지 매3년마다 3차례 일을 했다. 또 1996년~2013년 KCS 한인봉사센터 이사, 1998년 3월 결성된 뉴욕불교사원연합회 3차례 사무장, 1999년 미주현대불교 후원자를 중심으로 설립된 ‘자비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서경보 스님
“미주지역 한국불교의 출발점을 1964년 서경보 스님의 도미로 본다. 템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69년 한국으로 돌아간 서경보 스님은 샌프란시스코에 살 때 아파트에서 ‘조계선원’을 열어 한인불자들과 법회를 보았고 필라에서도 한인가족들과 사찰을 만들었다”고 김형근은 주장한다.
이후 서경보 스님의 제자인 고성스님이 70년에 혜성스님이 78년에 미국에 오고 제자들이 뉴욕 백림사, 디트로이트 무문사, 커네티컷 대연불보정사 등의 절을 세웠다. 조계종 출신인 서경보 스님은 나중에 종단을 스스로 만들었고 그 제자들이 지금도 이어가며 수많은 한인 불자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현재 미주현대불교는 김형근 발행인, 송광섭 박사 등 편집위원 4명에 뉴욕, 로스앤젤리스, 샌프란시스코, 오레곤주, 한국에 취재기자가 있고 미주후원회 멤버들의 구독료와 각 사찰을 비롯 뜻있는 이들의 후원으로 잡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주현대불교는 오는 7월 워싱턴 DC 수생원에서 열리는 연꽃 축제에 버스 한 대를 대절하여 뉴욕에서 참여하며 여름에는 북한 사찰 순례와 문화유적 답사를 간다.
“2004년부터 시작된 강좌와 연꽃 무료보급 등은 큰 호응을 얻고있다. 북한사찰 순례는 2005년 LA 도안스님과 함께 시작한 것이 2013년 8년만에 재개되었고 2015년, 2016년 30여명 정도가 참여했다. 북한에는 현재 60개 정도의 사찰이 남아있다.”
●부처님이 중매하다
김형근은 42세까지 미혼이었다. 미주현대불교 발행에 몸과 마음이 바빠 결혼할 생각도 못했는데 어느날 유학 중인 아내의 룸메이트가 미주현대불교를 구독하면서 인연이 이어졌다.
김지영은 미시시피 대학 유학생이었는데 꿈에 자신이 죽었는데 스님들이 상여를 메고 장례를 치러주는 등 늘 부처가 보살펴주다보니 스스로 불교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니 ‘부처님이 중매섰다’는 그의 말이 맞다.
97년 결혼한 아내 김지영 변호사는 불서 번역을 비롯 한국문화알리기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김형근, 김지영 슬하에 대학생 아들 김희봉이 있다.
김형근은 새벽 5시면 일어나 반야심경, 법성게 등 독경 후 108배를 한 다음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는 미주한국불교계가 한국인의 정체성 확립을 시켜주었으면 한다.
“1.5세나 2세들을 대상으로 한국학교를 운영하는 사찰이 더 늘어나야 한다. 이민자들의 정신적인 귀의처, 후행지도, 한국문화 지도 역할을 하기 바란다.”는 그는 앞으로도 계획이 많다.
“그동안 미주현대불교에 실린 미주한국사찰 소개, 스님과 신도 소개 등을 담은 영어 단행본을 내려한다. 또한 미국불교사에 대한 자료가 빈약하며 정확하지도 않다. 미국불교사에 아시아 이민사가 들어있고 미국문화, 미국 종교사와 관련되어 있다. 실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28년 현장을 본 경험과 미국 불교사 책들을 토대로 미국 불교사 강의도 자주 하려고 한다.”
그는 60문턱에 막 올라섰지만 한국불교를 미국에 알리고자 하는 열정만은 20대 못지않다. 할 일이 많다는, 활기찬 그의 모습이 보기 좋다.
<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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