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양인을 아이로 보는 시각 고쳐야…재외동포로 봐 달라”
세계한인입양인협회 리사 엘링슨 부회장.
"정부 관계자나 국민은 보통 '입양인' 하면 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입양아'라는 말 때문이겠지만 우리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어엿한 가정을 꾸리고 각국에서 사는 성인이랍니다."
34년 전 서울에서 태어나 4개월 때 미국 미네소타주로 입양을 간 리사 엘링슨(한국이름 천영희·여) 씨는 2일(이하 한국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입양인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 달라"고 주문했다.
엘링슨 씨는 이날부터 7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제한인입양인협회(IKAA)가 주최하는 '2016 세계한인입양인대회'(IKAA Gathering 2016)에 참가차 방한했다. 그는 2004년 설립된 IKAA의 서울사무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남편과 4개월 된 아들을 안고 행사에 참가한 엘링슨 부회장은 "입양인들은 각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잘살고 있는데, 과거부터 지금까지 너무 아이처럼 여기고 있다"며 "이제는 한국과 거주국을 연결하는 '재외동포'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정부는 친부모를 찾고 싶은 사람은 만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잘 해줘야 해요. 또 입양인 모임을 활성화하고,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 문제도 정부가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재외동포처럼 정부가 입양인에게도 지원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5년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입양인 콘퍼런스에 한인을 대표해 참가해온 그는 "과거 한국이 어려웠을 때 각국으로 흩어진 입양인에게는 분명 입양이란 제도가 기회를 제공했지만, 한국이 발전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입양을 안 보내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입양 한인들도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기에 생각이나 생활 방식도 모두 다르다"며 "'한국'이라는 공통분모를 놓고 한자리에서 논의할 수 있게 정부는 IKAA가 주최하는 모임과 같은 행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언론들이 입양인들을 소개할 때 대부분 친부모 찾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지양해 달라고 요청했다.
"친부모 찾기는 사후관리의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입양인 모두가 찾으려고 나서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한국 언론들은 '친부모를 찾을 거냐', '만나면 무슨 말을 할거냐', '함께 살고 싶으냐' 등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묻고, 그것들을 중심으로 취재해 소개합니다. 이는 입양인이나 한국 독자에게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IKAA 2016'을 입양인만이 아닌, 가족 단위 행사로 꾸민 것도 이러한 시각을 바꿔 보려는 시도라고 한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면서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행사에는 50가족 이상이 참여했다"며 "이들이 가족과 함께 모국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행사 취지에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스웨덴에서 온 한 가족은 8명이 참가했고, 대부분 3∼4명이 손잡고 방한했다.
아들을 가슴에 안고 행사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그는 2004년 친부모를 찾았다. 어머니는 인도에서 살고 있어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가 인사한다. "어쩔 수 없었던" 과거와 화해하고 난 뒤에는 가정과 변호사 일, 그리고 IKAA 활동에 전념한다.
그는 회사원인 로런스 엘링슨 씨의 가정에 입양됐다. 2살 아래인 동생 제임스 엘링슨도 자신과 같은 한국 출신이다.
칼리지 오브 세인트 캐서린에서 음악과 불어를 전공하고, 2005년 유니버시티 세인트 토머스대 로스쿨 입학했다. 3년 과정 수료 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한 로펌에 다니다 그만두고 2010년 서울대 법학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방한했다.
1년 6개월 동안 국내 로펌에서 근무하다 2014년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현재 '윈드롭 와인스타인' 로펌에서 특허 소송 전담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2006년 지인의 소개로 미네소타 입양한인협회(AK커넥션)에 들어가 활동했고, 2007년 IKAA에 개입해 일하다 2년 뒤 이사에 선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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