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일·중 경제권 부진 늪
▶ 달러 인덱스 4년만에 최고치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5개월여 만에 1,050선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기록한 29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거래를 하고 있다.
달러화의 강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최근 주요 기관들의 예상을 이미 뛰어넘고 있다. 세계적 성장 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그나마 안전한 미국 통화 이외에는 살 것이 마땅치 않자 투자자들이 일시에 몰려든 탓이다.
당장 지난 29일의 달러 인덱스만 해도 투자기관들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이날 달러 인덱스는 장중 85.634를 기록하며 4년3개월여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달 하순 이후 달러 인덱스 4·4분기 전망치를 제공했던 12개 주요 대형기관 중 9개 기관의 예상범위를 이미 초과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12곳 중 가장 최근인 이달 22일 발표된 BMO 캐피털마켓은 전망치를 불과 83.6으로 내다봤다.
이달 중순 나온 당케은행·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라보은행·JP 모건·소시에테 제너럴 등의 전망치도 83.7~85.5에 그쳤다. 그나마 나머지 3곳인 시티그룹(달러 인덱스 전망치 89.1),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 85.8), 삭소은행(86.0)의 전망치는 29일의 장중치를 다소 웃돌고 있지만 현 추세라면 이들 전망치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의 고공행진은 좀처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유로화의 가치가 앞으로 달러화 대비 1대1 수준으로 떨어지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화에 대해서도 곧 1엔당 110엔선이 무너질 수 있고 향후에는 130엔선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엔·달러 환율에 대한 오버슈팅 등 투자자들의 심리적 변수까지 겹치게 되면 달러 중심의 외환시장은 예상보다 더 큰 폭발력을 보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지난 2008년 4월 당시 유로화의 몸값은 달러화의 거의 1.6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로경제가 강해서라기보다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했던 탓이다. 심지어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 능력 자체가 의심 받는 상황이었다.
6년여가 지난 현재 달러화가 연출하는 반전의 드라마는 미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라는 내부적 요인과 세계 경제 디커플링(비동조화)이라는 외부적 변수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내부적 요인이란 미국의 경기회복과 쌍둥이 적자(재정·무역수지 동반적자) 호전이다. 이 가운데 하반기 들어 뚜렷해진 미국의 경기회복세는 강달러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쌍둥이 적자 개선 역시 미국 경제와 달러화의 위상에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2011회계연도 당시 무려 1조3,000억달러에 이르렀던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규모는 지난해 6,802억달러로 급감했고 올해는 5,060억달러로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폭 역시 4월 472억달러를 기록한 후 7월(405억달러)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유럽·중국·일본 등 주요 경제권의 상황은 지리멸렬하다. 유로존에서는 9월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표 등이 모두 동반하락세를 보였고 일본은 아베 정권이 엔화 약세와 양적완화 등을 앞세우며 수출 독려에 나섰음에도 무역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중국 역시 최근 각종 경기지표의 부진을 겪으면서 당초 목표로 삼았던 7.5%의 경제성장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러니 달러화 말고는 투자할 곳이 없다는 분위기가 금융시장에 만연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기축통화 등의 역학 재편은 그 틈바구니에 낀 신흥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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