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내 폭력’으로 알려진 예일대 대학원생 살해 동기는?
▶ ‘꿈의 일터’ 로 명성 높았던 예일대 연구실
애미스태드 스트릿 10번지에 위치한 예일대학의 하이테크 연구실 스탭은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한 그룹은 테크니션, 응급실의 간호사들처럼 생쥐와 토끼 등 실험용 동물들의 웰빙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다른 한 그룹은 리서처, 획기적인 발견을 하기위해 몇시간이고 동물들을 들여다보고 사는 연구원들이다. 이 두 그룹은 상호 협조하며 일하고 있다. 설사 마지못해 한다 해도. 지난 17일 코네티컷 주 뉴 헤이븐 경찰은 테크니션 레이먼드 클락 3세(24)를 대학원생 연구원 애니 레(24) 살해혐의로 체포했다. 레는 지난 8일 목을 졸려 피살되었으며 사체는 13일 연구실의 말끔한 복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벽 뒤에서 발견되었다.
체포 당일 인정심문을 마치고 300만 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된 상태로 수감된 클락의 다음 법정 출두일은 10월6일로 잡혀졌다.
생쥐 실험으로 획기적 발견 추구하는 연구원
생쥐 우리 청소하며 뒤처리 담당한 테크니션
클락의 DNA가 범행현장에서 수거된 증거와 일치한다는 것 외에 자세한 설명을 거부한 제임스 루이스 뉴 헤이븐 경찰국장은 범행동기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으나 힌트는 남겼다 : “이번 사건은 도시범죄도, 대학 범죄도, 가정 범죄도 아닙니다. 미 전국에서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직장 폭력에 관한 것입니다”
루이스국장의 설명은 막 결혼하려고 했던 레가 클라크에게 스토킹을 당했다든가 예일대학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등의 루머를 차단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수천마리의 동물들 속에서 연구원들과 허드렛일이지만 꼭 필요한 연구실의 관리를 담당한 테크니션들이 공존하고 있는 이 특이한 직업 환경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테크니션에겐 특수임무가 있다 : 동물들의 대변자라고 할 까, 동물을 다루는 규정 준수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심한 일”이라고 1997~2008년까지 예일에서 테크니션으로 일했던 데이빗 러셀은 말한다. “뭔가 잘 못되면 곤란해지는 것은 우리니까요”
테크니션들의 백그라운드는 다양하다. 전직 수의과 테크니션, 제약회사에서 감원당한 사람들, 하이스쿨이나 대학을 막 졸업하고 보수 괜찮은 직장을 찾는 젊은이들…취업 경쟁률도 높다. 친구나 친척의 도움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흔하다. 클락의 누나와 매형도 동물 테크니션으로 일하는데 클락이 고교를 졸업하던 2004년 클락을 연구실 세척장에 추천한 사람도 누나였다.
2007년 개설된 예일대 애미스태드 빌딩 연구실은 최신 시설을 갖춘 곳으로 테크니션들에겐 꿈의 일터로 알려진 곳이다. 생쥐만도 4,000마리가 있으며 이곳을 비롯한 캠퍼스내 동물 연구실들은 햄스터, 고양이, 개, 돼지, 양, 물고기, 원숭이 등 각종 실험용 동물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세척장 업무는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로 꼽힌다. 더러워진 동물우리의 오물을 긁어낸 후 세척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는 일에서부터 동물의 먹이와 침구를 담은 40파운드의 백등을 운반하는 일도 포함된다. 안락사를 시키도록 초록색 표지를 달아놓은 동물들을 가려내 지하실에서 개스중독사 시키는 것도 테크니션의 업무다. 대학측은 정규적으로 동물을 죽이는 일을 담당한 테크니션을 위한 카운슬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클락은 시간당 12~25 달러를 받는 풀타임 동물 테크니션으로 진급되었는데 말하자면 동물 관리자다. 우리의 청결부터 동물의 건강상태를 살피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동물 테크니션은 또 동물 리서치과정에서 서류와 윤리규정 점검도 담당한다. 연구실에 들어올 때 가운 착용여부도 확인하고 생쥐 격리수용을 안하거나 유전자 검사용으로 생쥐꼬리를 자르는 등 금지사항을 어겼을 경우 연구원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한다.
많은 테크니션들은 연구원들의 실수를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연구실에서 동물이 탈수증에 걸리거나 위생상태가 나쁘거나 하는 등 단 한번의 위반도 이들에겐 징계위원회 회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를 청소부로 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경찰과 같아요. 연구실의 모든 일이 인도적으로 윤리적으로 행해지는 가를 확인하는 것이니까요”라고 클락의 한 동료는 말한다.
클락이 때론 월권행위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연구원들이 클락의 불손한 태도를 불평, 수퍼바이저에게 보고한 일도 있었다는 것. 룰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클락은 별 것 아닌 일에도 야단치며 주제넘게 굴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러셀과 다른 테크니션들은 클락은 상당한 권한을 부여받은 위치였으며 연구원들에게 직접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ABC 뉴스는 레가 실종된 날 클락이 연구실 생쥐 우리의 청결상태에 관해 의논할 게 있다며 만나자는 텍스트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예일대학내 20여개 동물연구실엔 2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데 보통 테크니션과 연구원 학생들은 서로 상대를 존중하며 예의를 지키려 애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친밀한 경우는 드물다. “그들은 연구실을 청소하고 필요한 물품과 약품들을 갖추어줍니다, 그게 일이니까요. 우리가 그들과 함께 일할 것은 별로 없습니다”라고 예일의대 포스트닥 과정의 프랭크 리우는 말한다.
수사당국은 ‘직장 폭력’ 관련이라는 한 마디외엔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1.000페이지가 넘는 수사관련 서류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2주 동안 밀봉된 상태다.
예일대 수많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캠퍼스내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불안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직장폭력에 대한 경찰국장의 우려를 공감하며 예일대 리처드 레빈 총장은 살인은 “어느 도시, 어느 대학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외형적인 안전문제라기보다는 인간 영혼의 어두운 단면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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