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주기 맞는 와이오밍주 동성애자 대학생 매튜 쉐퍼드 피살사건
주디 쉐퍼드는 연단으로 다가섰다. 돋보기와 부채를 챙기며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내 나이쯤 되는 여자들에겐 필수품이지요” 청중들도 따라 웃었다. 그러나 곧 그들은 - 청중도, 연사도 - 함께 흐느껴 울게 될 것이다. 주디의 아들 매튜의 죽음에 대한 스토리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매튜는 1998년 10월의 어느 차가운 밤에 와이오밍주 라라미 인근 벌판에서 참혹하게 구타당한 뒤 울타리에 묶여진 채 버려졌었다. 18시간 뒤 발견되었으나 그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5일만에 숨졌다. 와이오밍대학에 재학 중이던 21세 대학생 매튜가 동성애자였고 동성애 혐오가 살인의 동기였음이 알려지면서 미 전국에선 항의와 추모행사가 잇달았고 반동성애 폭력 피해자를 위한 법적보호 촉구의 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평범한 주부였던 주디 쉐퍼드는 ‘중대 사명을 지닌 엄마’로 변신했다.
동성애 증오범죄 예방법안 연방의회 통과위해 총력
“아들의 삶이 끝난 그날 밤 이전의 내 삶도 끝났다”
그후 500여회 강연을 했지만 주디는 청중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 달 와이오밍주 샤이엔에서 열린 강연에서 그는 울었다.
“아, 미안합니다” 메어오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그는 말했다. “내 인생엔 커다란 구멍이 뚫렸습니다” 흐느끼다가 다시 말했다. “그러나 여러분, 숨을 깊게 쉬어 보세요” 150명 청중은 하나가 된 듯 함께 숨을 들이마셨다.
동성애자 권리보호운동가들 중 일반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얼굴의 하나인 주디는 요즘 자신의 사명이 마침내 실현되고 있음을 보고 있다. 그가 지난 10년간 열심히 추진해온 증오범죄법안의 연방의회 통과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매튜 세퍼드 증오범죄 예방법안(The Matthew Shepard Hate Crimes Prevention Act)’은 성적 성향으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에게도 연방보호를 확대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방증오범죄법의 보호대상을 현재의 인종이나 종교 등에서 동성애자들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법안 통과에 도움을 주기위해 주디는 이달 초 ‘매튜의 의미:라라미에서 내 아들의 피살, 그리고 변화된 세상’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발간하고 요즘 그 순회 홍보에 나섰다.
새 저서는 그녀의 삶을 완전히 뒤바꾼 사건에 관한 것이다. 매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돌리 파튼의 복장을 했던 일, 학교에서 모로코로 여행을 갔을 때 성폭행 당했던 일, 그후 우울증에 시달렸던 일, 매튜가 죽은 후 아들이 HIV 양성보균자인 것을 알았을 때 엄마의 심정, 매튜의 참혹한 죽음이 그녀의 가족과 전 세계 동성애자들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았는지 등이 담겨져있다.
FBI에 의하면 매튜가 죽은 후에도 증오범죄에 의해 살해당한 남녀 동성애자들은 최소한 2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의회의 새 법안은 이 같은 범죄에 대해 지역 경찰이 수사를 하지 못하거나 하기를 꺼려 할 때 연방법무성의 개입을 용이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1997년 이후 연방 상하원은 각각 5차례씩 이런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번번이 최종안 작성 단계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보수파의 압력으로 폐기당해 왔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와 진보적인 오바마 대통령의 시대인 지금은 이 법안 통과에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전망을 주고 있다. 그래도 주디는 아직 확신하지는 못한다. “2년 전에도 같은 희망을 가졌었지만 실패했었지요” 만약 이번에도 안된다면? “난 다시 또 시작할 겁니다”
그녀의 책과 워싱턴의 법안은 반동성애자 폭력에 대해 재조명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매튜 사망 11주기 기념일인 오는 10월12일엔 미50개주 100개 극장과 7개국에서 ‘라라미 프로젝트-그 후 10년’이 상연될 예정이다. 매튜 피살사건을 주제로 2002년 제작된 연극의 속편인 이번 작품은 라라미의 주민들 그리고 살해범 중 한명인 애론 맥킨니와의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데이브 오말리는 최근 그의 포드 머스탱을 라라미 다운타운에 위치한 JJ’s 바 앞에 세웠다. 전에는 ‘파이어사이드 라운지’라는 이름을 가졌던 이 술집은 매튜 쉐퍼드가 죽기 전 들렀던 마지막 장소다. 이젠 은퇴한 오말리는 당시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이었다. 1998년 10월7일 두명의 범인, 애론 매킨니와 친구인 러셀 헨더슨은 바에서 만난 매튜에게 동성애자인 척하며 접근하며 자정이 지날 무렵 차를 태워다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한적한 곳으로 매튜를 싣고 간 그들은 매튜를 잔인하게 구타한 후 나무 울타리에 묶어놓은 채 도망쳐 버렸다.
평소 동성애 혐오자였던 오말리는 이 사건을 수사한 후 동성애자 민권운동가로 변신했다. 사건 당시에도 그랬지만 아직도 일부 라라미 주민들은 이 사건을 마약거래나 단순강도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오말리는 고개를 흔든다. 주민들은 매킨니의 권총 개머리판에 깊이 박힌 매튜의 머리칼들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검시결과에 의하면 키 5피트3인치 체중 105 파운드의 매튜는 18번이상 구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건 증오였어요”
범인들은 현재 종신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우체국장의 수줍은 딸이었던 주디는 와이오밍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교사가 되려다 자신이 좋아하던 배우 스티브 맥퀸을 닮은 졸업생 데니스 쉐퍼드를 만나 결혼했고 석유산업 엔지니어였던 데니스의 직장을 따라 그의 가족들은 유럽과 중동 등으로 옮겨가며 거주했다. 매튜는 고등학교를 스위스에서 다녔고 이들 가족의 현 거주지도 사우디아라비아다. 그러나 사건 후 주디는 가족회의의 결정에 따라 와이오밍으로 되돌아 왔다. 법안통과를 위해 만든 매튜 쉐퍼드재단의 얼굴이 되기 위해서였다.
동성애자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뛰고 있지만 동성애자들의 세계는 주디에게도 때론 낯설고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그들을 이해하는 게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동성애자 권리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거워 동성애자 스스로의 권리 주장은 강한 거부감과 격한 반대에 부딪치기 일쑤다. “그러나 동성애자가 아닌 내가, 아들을 잃은 엄마로서 이야기 하면 사람들은 귀를 기울여 줍니다”
주디는 자신의 새 책이 사람들에게 그의 아들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는 그저 ‘와이오밍대학에 재학중이던 21세 동성애자 대학생 매튜 쉐퍼드’만이 아닙니다. 그에겐 가족도 있었고 수없이 많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에겐 울타리에 묶여 버려졌던 그날 밤 이전의 라이프가 있었습니다”라고 그는 책의 서문에 쓰고 있다.
주디 자신도 마찬가지다. 아들의 인생이 사실상 끝났던 그날 밤, 엄마의 ‘첫번째 인생’도 함께 끝났다. 평범한 아내, 엄마, 주부였던 그날 이전의 주디 쉐퍼드는 사라졌다. “아무 것도 안할 수는 없으니까요. 매튜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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