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채널 별 소득 없자
백악관‘민간인 특사’조율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을 직접 방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이끌어낸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클린턴 방북이 어떻게 성사됐나가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커런트TV’ 소속 한인 유나 리, 중국계 로라 링 기자가 지난 3월17일 두만강 지역에서 북한군에 체포된 뒤 여기자 석방 문제가 북핵 문제와 맞물려 최대 현안이 돼 온 가운데,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그동안 뉴욕채널을 통해 지속했던 북미간 접촉에서 특사 방문을 통한 해결로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나서 지난 주말 사이 전격적으로 결정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한 것은 이미 미국 정부가 북한과 여기자 석방에 사실상 합의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 북한 관리가 억류된 여기자 중 한 명의 가족에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석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이를 전해 들은 백악관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여러 외교채널을 가동해 여기자들의 석방을 촉구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자 특사 방북을 통한 해결 모색 방안이 논의됐고, 커런트TV 설립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북한 억류자 문제 해결 경험이 있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존 케리 연방상원의원 등이 특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백악관과의 조율 속에 결국 순수한 민간인인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워싱턴 DC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6월8일 두 여기자를 재판에 부쳐 ‘조선민족 적대죄’와 ‘비법 국경출입죄’를 적용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측이 두 여기자 석방을 위한 물밑 접촉을 적극 개시했고, 북한측에서 먼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이번 방문지가 북한이라는 점과 여기자 구명이라는 인도적 명분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고려해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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