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 통해 평양 직행‘007작전’ 방불
최고예우 불구 클린턴 표정은‘사무적’
◎…전격적으로 이뤄진 4일(이하 한국시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은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한국이나 중국 등 중간 경유지를 거치지 않고 미국에서 특별기편으로 직항 항로를 이용해 곧바로 평양 순안공항으로 날아갔다. 그의 방북 소식은 도착 1시간 전에야 한국 언론들에 알려졌고 한국 정부도 청와대와 일부 외교라인의 고위 관계자들만 사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위원장은 방북한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거의 국가원수 수준의 최고의 예우를 갖춰 눈길을 끌었다. 국방위원회가 4일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찬을 주최한 것은 북한이 그의 방북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만찬에는 최대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기남 당 중앙위 비서, 강석주 내각 외무성 제1부상,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권력 실세들이 대거 출동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시종 굳은 표정을 풀지 않은 데 반해 김 위원장은 간간이 미소를 띤 밝은 표정을 지어 대조를 이뤘다. 북한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한 사진 6장을 보면 김 위원장은 면담 내내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거나 활기차게 뭔가를 얘기하는 모습인데 반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얼굴은 시종 웃음기를 잃은 채 굳은 표정이었다. 이는 자신의 방북이 지극히 사무적인 것이라는 메시지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북한 방문에는 클린턴의 대통령 재임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권인수팀장을 맡았던 존 포데스타(60) 진보센터 회장과 데이빗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이 동행했다. 포데스타 회장과 스트로브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란히 앉은 모습으로 촬영된 사진에서 뒤편에 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주한미대사관에 근무하는 권민지씨가 통역사로 방북에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이 4일 오전 평양에 도착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일행의 소식을 정오 뉴스를 통해 보도하면서 방송사고를 냈다. 평양방송은 정오 뉴스시간에 정각을 알리는 시보를 내보내고 약 8초가 흐른 뒤 아나운서가 “미국 전 대…”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춘 것. 그로부터 약 10여초 후 5∼6분여간 경음악이 흘러나왔고 이어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일행이 4일 비행기로 평양에 도착했다”는 뉴스 보도가 이어졌다.
◎…APTN이 촬영해 보도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도착 화면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트랩을 내려와 미리 기다리고 있던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이 비쳤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측 여성 통역원의 말을 들으면서 몇 차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으며 양 부위원장과 서로 짧게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북측의 화동으로부터 큰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4일(한국시간) 평양 순안공항에서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클린턴 전 대통령 일행을 만나 손짓을 하며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클린턴 전 대통령(맨 오른쪽)이 유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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