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담·만찬 장시간 공개 행보… 심각한 중병설 잠재울 목적 활용
4일(이하 한국시간) 전격 이뤄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 만남은 그동안 건강이상설에 시달리던 김정일 위원장의 건재를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깜짝 이벤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다 재기한 김정일 위원장은 그동안 동영상 등을 통해 몸과 얼굴이 매우 수척해진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으나 이번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직접 면담을 갖고 “폭넓은 의견교환”을 가지는 등 장시간 공개행보를 통해 적어도 심각한 중병이라는 관측을 상당부분 잠재우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으로선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그의 외관과 어조 등을 통해 제3국 정보나 간접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인의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회였지만, 북한으로서도 그의 건강상태를 외부에 과시하는 기회였던 셈이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전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면담사진에서 김 위원장의 외형적 건강상태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아 보였다.
여전히 과거보다 수척하거나 머리숱이 줄어든 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미소 짓는 얼굴 표정이나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모습,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 등에선 북한을 통치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사진 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김 위원장이 비교적 긴 시간 클린턴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핵문제와 북미관계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북한의 입장과 논리를 자세히 설명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신, 육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외부에 과시하는 효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한 대북 전문가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면담이 중요한 자리라고는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과 정신적 상태가 형편없다면 북한이 양자간 만남 자리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건강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통치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방문단과 함께 공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 세 번째가 클린턴 재임시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으로 오바마 대통령 정권인수위원장이었던 존 포데스타 진보센터 회장. 맨 오른쪽은 여성 통역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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