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중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하다 좌절을 맛보고 상.하원 선거에서도 참패, 정치적 수렁에 빠진 경험이 있다.
이런 클린턴 전 대통령이 16년만에 다시 건강보험 전면 개혁에 착수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 응원하고 나섰다.
막대한 재정적자속에 추진되는 건강보험 개혁은 세금 인상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오바마의 원군을 자처하고 나선 것.
클린턴 전 대통령은 3일 민주당 의원들의 재선 지원을 위한 모금 운동을 위해 발송한 이메일에서 1993년의 건강보험 논쟁이 완전히 되풀이되는 듯하다면서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 작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공화당측을 비난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는 1993년 내가 당했던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도 국내정책의 최우선 과제인 건강보험 개혁 문제에서 특수 이해관계에 집착한 진영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했다면서 이들 특수 이해관계집단들이 현상유지를 위해 완강한 저항운동을 펼치고 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공화당 의원들이 양질의 건강보험 체계를 만들어 저소득층에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데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왜곡시키고 민주당 의원들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의 이런 언급은 16년전 자신의 건강보험 개혁 작업이 좌초한 이유가 계획 자체의 부실함이나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화당 진영의 소모적인 `뒷다리 잡기 식’ 논쟁때문이었다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1993년 당시 클린턴 행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이 좌절된 후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듬해 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주고 결국 임기말까지 공화당주도의 의회에 끌려 다닌 끝에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이메일에서 1993년 건강보험 개혁 작업을 주도했던 자신의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당시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민주당 예비선거 과정에서 오바마와 경합했던 클린턴 장관은 오바마 후보의 건강보험 공약이 개인의 보험가입 책임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불합리하다고 맹공을 가한 적이 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없이 화살을 공화당쪽으로만 돌렸다.
이에 대해 전국공화당의원위원회의 켄 스페인 대변인은 CNN과의 회견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민주당이 1993년 이후 지금까지 건강보험 문제에 관해 아무런 진전도 이룬게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는 촌평으로 응수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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