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가 있었네(I had a little bird)/ 이름이 엔자였네(Its name was Enza)/ 창문을 열었더니(I opened the window)/ 엔자가 날아 들었네(And in-flu-enza)”
1918년 미국의 어린이들이 줄넘기를 하면서 부르던 노래였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뜻이 금방 안 오지만 영어로 하면 마지막 줄이 ‘인-플루-엔자’가 된다. 당시 거의 한집 걸러 한집씩 날아들던 ‘인플루엔자’의 창궐을 빗댄 노래였다.
작은 새보다 더 작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그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일명 스페인 독감이다. 1918년 봄부터 1년쯤 있다 사라진 스페인 독감은 인류 역사상 가장 피해가 큰 역병으로 기록된다.
당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40%, 죽은 사람은 4,000만-5,00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 1년 동안 죽은 사람이 14세기의 악명 높은 괴질, 흑사병으로 4년에 걸쳐 죽은 사람 보다 많다고 하니 말 그대로 ‘죽음의 한해’였다.
그만큼 소문도 흉흉했다.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수도 없이 떠돌았다. 예를 들면 1918년 어느날 여자들 4명이 모여 밤늦도록 브리지 게임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 아침에 보니 그들 중 3명이 인플루엔자로 죽었다는 것이다.
아침에 멀쩡하게 집을 나섰던 회사원이 출근 도중 독감 증세를 보이다가 몇 시간 만에 죽었다는 이야기들도 돌았다. 병의 진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손쓸 틈도 없다는 말이었다.
그해 미국에서는 전체 국민 중 1/4이 감염되고 67만5,000명이 사망했다. 미군병사들을 포함, 젊은 층이 주로 사망해서 이후 미국민의 평균 수명은 10년이 낮아졌다.
그해에는 왜 이렇게 독감 피해가 컸을까. 1차 세계 대전과 상관이 있다. 각국의 청년들이 유럽의 전장으로 모여들고, 그곳 열악한 참호에서 뒤섞여 지내고, 병이 나고, 제각기 자국으로 돌아가는 등의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었다.
스페인 독감 증상이 처음 나타난 것은 사실 스페인이 아니라 미국 캔사스였다. 인플루엔자의 이름이 ‘스페인’이 된 것은 스페인에서 초기에 환자가 발생한데다 인명 피해가 너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1918년 5월 한달 동안 스페인에서는 800만명이 죽었다는 설이 있다.
시작은 1918년 봄 캔사스 및 미국 내 군영에서였다. 감기 비슷한 환자들이 생겼지만 한창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병사들의 감기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렇게 내버려 둔 것이 병을 키워 그해 겨울쯤 되자 전 세계로 퍼진 것이었다.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와 사촌 쯤 되는 돼지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의학이 발달했으니 어떤 바이러스가 생겨나든 그때와 같은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지구가 한 동네이라는 사실이다. 대륙을 넘나드는 것이 과거 이웃동네 가기보다 쉬워진 일일 문화권이 되면서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 태평양 건너 멕시코에서 발생한 독감으로 한국의 삼겹살집들이 파리를 날리는 실정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제 인류는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다. 명실 공히 지구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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