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한 심리학 용어로 ‘후광효과’라는 게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장점이나 매력이 있으면 다른 점들도 다 좋을 것으로 지레짐작하게 만드는 효과이다.
‘외모가 자산’이라는 요즘 사회에 가장 분명하게 후광효과를 발휘하는 요인은 미모다. 외모가 좋은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프리웨이에서 고장이 난 긴급 상황에도 늘씬한 미모의 여성이 서서 도움을 청할 때와 추레한 아줌마가 서있을 때는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어린아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예쁜 아이들은 미운 짓을 해도 어른들이 ‘귀엽다’며 봐주기 일쑤고, 학교 교사들도 예쁜 아이는 못 생긴 아이들보다 더 영리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모두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이니 믿어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다반사로 경험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젊은 여성이 맞선 상대로 잘 생긴 남성 사진을 받아들면 말 한마디 나눠보기도 전에 후한 점수를 준다. 잘 생긴 남성은 괜히 성격도 좋을 것 같고 목소리도 멋있을 것 같고 매너도 좋을 것 같으며 능력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콩쥐 등 동화 속 마음씨 착한 주인공들 치고 미모가 출중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못 생긴 백설공주, 뚱뚱한 신데렐라는 상상이 안 된다. ‘예쁜 외모 = 착한 마음씨’ 라는 등식을 어려서부터 세뇌하듯 주입시키는 것이 우리의 문화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마음씨 착한 여주인공 역에 못 생긴 배우를 등장시키면 관객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못생긴 주인공에도 예쁜 배우가 기용되는 것이 영화다.
젊고 아름다운 주인공에 익숙한 무대에 펑퍼짐하고 늙수그레한 아줌마가 올라서면서 전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다. 2주 전 영국의 탤런트 쇼에서 노래를 부른 후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수잔 보일의 이야기이다.
보일이 노래하는 장면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은 최소한 3,000만 번 클릭 되었고, 다른 동영상들도 수없이 전 세계를 돌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 중 보일의 노래를 못 보고 들은 사람은 이제 거의 없을 것 같다.
노래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고도 많은 데 왜 이런 소란인가. “(동영상을) 몇번씩 보고 또 보며 울었다”는 반응들도 있다. 무엇이 이런 격한 감동을 불러오는 것일까.
보일의 청아한 목소리와 노래솜씨가 주원인이겠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47살에 시골 할머니 같은 외모, 그 나이에 데이트 한번 못했다는 보일에 대해 사람들이 가졌던 선입관이 감동을 퍼 올리는 샘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예상과 기대가 뒤집어지는 충격효과다.
“저런 외모에서 어떻게 저런 목소리?”하는 놀람,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게 아닌데…”하는 죄책감과 부끄러움, “평생 별 볼일 없던 여성도 꿈이 있으니 저렇게 뜰 수가 있구나”하는 감격 등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겉표지로 책을 알 수 없고, 외모로 사람을 알 수 없다. 보일의 케이스를 계기로 외모의 후광효과는 좀 뛰어 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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