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평통자문위원 숫자를 대폭 줄인 적이 있다. 4년 전인 2005년이었다. 평통 축소 방침에 따라 평통 해외자문위원 숫자는 기존의 2,240명(11기)에서 1,800명(12기)으로 줄었다. 20% 정도가 감소한 것이었다.
그 점을 감안해도 당시 유난히 많은 숫자가 잘려나간 지역이 있었다. 바로 LA를 중심으로 한 남가주였다. 11기에 268명이었던 LA 평통위원은 12기에 100명으로 줄었다. 168명을 잘라냈으니 무려 60%의 감원이었다.
그 결과 LA 평통의 소위 터줏대감들이 한꺼번에 우수수 떨어져 나가면서 평통 관련 인사들은 충격을 삭이지 못했다. LA 평통을 뿌리째 흔드는 처사라며 반발이 대단했다.
그때 평통의 한 인사는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말 많고 시끄러우니 줄여버리자는 것이겠지요. 언젠가 서울 평통 사무처에 갔더니 LA 사람들은 사람 취급도 안 하더군요. 워낙 투서가 많고, 툭하면 싸우고 해서 그런 것이지요”
이후 2007년 13기가 되면서 LA 평통 인원은 175명으로 불어났고 이번 14기에는 LA 평통 136명 선, 새로 분리된 오렌지카운티 평통 90명 선으로 11기 수준에 차츰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숫자가 바뀌고, 구성원이 바뀌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한국의 평통 사무처로 날아드는 투서들이다. 14기 평통 회장 인선을 앞두고 이번에도 투서가 날아갔다고 한다.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문서가 한국 사무처에 접수되었다는 것이다.
투서행위는 한인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다. 단체건 개인이건 크고 작은 이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투서가 등장하곤 한다. 종교계도 문화계도 예외가 아니다. 교회 분규가 터지면 서로 상대방을 헐뜯는 투서들이 언론사로 날아들고, 문화예술계 내부에서 갈등이 벌어지면 또 같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투서가 한인사회 내에서만 돌면 그나마 다행이다. 때로는 주류사회로까지 넘어가서 한인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도 한다. 몇 년전 동부에서 연방정부 공직에 거론되던 한인 인사가 한인의 투서로 탈락된 적이 있는가하면 남가주에서는 한 한인 학부모회의 프로젝트가 투서로 중단되기도 있다. 회장단과 사이가 좋지 않던 학부모가 LA통합교육구에 투서를 보낸 것이었다.
투서가 미주 한인사회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투서로 누구보다 몸살을 앓는 것이 한국의 공직사회다. 새 정부 출범이나 개각 때면 어김없이 투서가 판을 친다. 장관으로 유력시 되던 인물이 갑자기 뒷전으로 밀쳐지거나 고위 공직자가 임기를 남기고 슬그머니 물러날 때면 투서가 한몫을 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투서의 가장 나쁜 점은 비겁함이다. 자신은 익명의 그늘 속에 숨어서 상대방만 부당하게 벌거벗기는 행위이다. 설사 불의를 고발하기 위한 목적이라 해도 투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커뮤니티가 좀 성숙해져야 하겠다. 귀 기울만하지 않은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익명의 투서는 쓰레기로 취급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래야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리는 일을 막을 수가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