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 미국의 건국이념이 담긴 독립 선언서의 핵심 구절이다. 귀족이나 평민이나 부자나 가난한 자나 인간은 모두 인간으로서 같은 가치를 지녔다는 이 고귀한 이상은 미 독립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경우 이상으로만 남아 있다.
당장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은 사람의 배상금을 책정할 때 그 사람이 평생 동안 얼마나 벌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였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사고가 난 장소가 어디인지, 항공사가 어느 나라 것인지에 따라서도 천양지차가 난다. 미국인이 미국에서 미국 항공기를 타고 가다 사망하면 수십만달러가 나오지만 중국에서 중국인이 중국 비행기를 타고 가다 죽으면 수천달러 받기도 어렵다.
세상에서 사람값이 제일 싼 나라는 어디일까. 아마 북한이 아닐까. 자국민 200만명이 굶어 죽어도 끄떡없는 나라가 주민을 상대로 무슨 잘못을 했다 한들 보상을 해준다는 것은 북한 당국이나 주민 모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사람값이 싼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누가 인질로 잡을 생각을 안 한다. 아프가니스탄에 선교 갔다 잡힌 한국 국민들을 살려내기 위해 한국 정부는 진땀을 뺀 적이 있다. 이들을 인질로 잡았던 세력들은 단단히 한 몫 챙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 잡힌 사람들이 북한인이었다면 어땠을까. 북한은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라’고 나왔을 것이고 잡은 사람들도 ‘어차피 인건비도 안 나오는 일 그만 두자’고 그냥 풀어줬을 것이다.
유나 리씨 등 한인을 포함 2명의 미국 여기자가 북한 접경에서 취재를 하다 북한 당국에 의해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 측은 이들이 불법입국과 적대행위를 한 것이 증거와 본인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며 정식으로 기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미국의 첩자라는 것이다. 이들 두 기자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북한 감옥에서 장시간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북한 측의 주장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 LA 타임스 논설실장이자 세계적으로 알려진 언론인인 탐 플레이트는 “UCLA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칠 때 이들 중 한 명을 조교로 쓴 적이 있다”며 “이들이 스파이라면 나는 제임스 본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접경에서 취재하다 북한 군인이 돈을 받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말썽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이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두 기자를 억류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사일 발사와 관련, 협상용 카드로 쓰겠다는 것이다. 68년 푸에블로 호 사건 때도 북한은 11개월이나 승무원들을 억류하고 대미 외교를 벌여 미국으로부터 ‘북한’이 아닌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호칭을 받아낸 경험이 있다.
문제는 자국민의 생명을 초개처럼 여기는 북한과 달리 미국은 여기자들의 신변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자꾸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인 1명이 체제 비난 혐의로 북한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개성 공단은 유사시 집단 인질 사태가 벌어질 소지가 다분히 있는 곳이다. 이번 여기자 인질극이 북한의 실체를 바로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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