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남성용 의류판매점 키멀-미한과 가구·가전제품판매점 디어덴즈의 엇갈린 운명이 눈길을 끌고 있다.
50년 넘게 LA 북쪽 몬트로즈시 호놀룰루 애비뉴에서 영업했던 키멀-미한은 불경기의 한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폐업키로 결정한 반면 올해로 영업 100주년을 맞은 디어덴즈는 향후 또 다른 100년을 바라보며 오늘도 차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33년 동안 종업원으로 일한 끝에 키멀-미한의 업주가 됐던 브라운 워커는 “지난해 가을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업소의 문을 닫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며 “그러나 당시 나에게 찾아온 첫 번째 감정은 현실에 대한 부정(denial)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정 다음에 분노가 찾아왔으며 흥정과 좌절의 단계를 겪었고 마침내 현실을 수용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폐업을 결정하기까지 마음의 변화를 설명했다. 키멀-미한은 오는 5월 폐업을 앞두고 현재 총정리 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 & 투시의 소매업계 전문가 재키 페르난데즈는 불경기가 찾아오면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소매업체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나 대형 연쇄 소매업체보다 조그만 자영업체들이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자들은 제품 혹은 서비스의 질보다 가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페르난데즈의 설명이다.
한편 LA 다운타운 7가와 메인 스트릿에 위치한 디어덴즈는 지난 100년 동안 영업을 지속,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경기침체로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많은 사업체들에 디어덴즈의 장수는 경이에 가깝다.
디어덴즈의 운영 책임자 로니 벤시몬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불경기를 경험했다. 요즘처럼 경기가 나쁜 것은 처음이나 지난 경험이 지금의 불경기를 견뎌내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올해는 개업 100주년을 기념한 대대적인 행사를 기획하기보다 생존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이민자 출신 에드가 디어덴이 20대 초반에 개업한 디어덴즈는 처음에 중산층을 대상으로 가구를 전문으로 팔았다. 영업이 번창하면서 향수, 시계, 가정용 주방용품 및 전자제품 등 취급 품목을 확대해 나갔다.
요즘 들어 디어덴즈의 고객은 저소득층 히스패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일을 하기 위한 종업원들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자격은 스패니시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된다는 것.
LA카운티 경제개발공사의 경제학자 잭 카이저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히스패닉 소비자들의 니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등 시대변화에 정확하게 대처했던 것이 디어덴즈의 장수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벤시몬은 “당신은 우리들에게 매우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경기침체를 견디느라 애를 쓰고 있는 한인 업소들이 한번쯤 되새겨 볼 만한 조언이다.
황동휘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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