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정도 되려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을까?” -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의 여왕으로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을 보며 특별한 감회에 젖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 자녀를 특기생으로 키우고 있거나 키워본 경험이 있는 부모들이다.
김연아가 2009 국제빙상 경기연맹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자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김연아 키드’가 거론되고 있다. 부모 손잡은 아이들이 갑자기 스케이트장이며 운동구점으로 몰려들어 요즘 같은 불경기에 업주들에게 때 아닌 희소식이 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대개는 반짝 관심일 것이다. “나도 연아 언니처럼…” “우리 애도 한번…”하고 몰려들었다가 언제 그랬더냐 싶게 시들해질 일시적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 제2, 제3의 김연아가 없으란 법도 없다.
박세리를 모델로 삼은 ‘박세리 키드’들이 지금 LPGA를 휩쓸고 있듯이 김연아를 뒤이은 ‘김연아 키드’들이 10년 후쯤 국제 빙상경기를 휩쓸 게 될 지 누가 알겠는가.
자녀가 타고난 재능을 마음껏 꽃 피우게 하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소망이다. 자녀의 재능이 부모의 뒷바라지와 합쳐져 성공의 열매를 거둔다면 자녀로 보나 부모로 보나 큰 축복이다. 김연아의 이번 ‘퀸 등극’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렇게 한 사람의 ‘여왕’이 탄생하는 동안 무대 뒤편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수많은 도중하차와 좌절 케이스들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특기생 한명 키우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골프나 피겨 스케이팅 등 자녀를 특기생으로 키우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첫째는 돈이 선수를 만든다는 말이다. 아이가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또래 대회에 나가 상이라도 타면 웬만한 부모들은 껌뻑 죽는다. 그래서 레슨을 받게 하며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게 되는 데 어느 단계 이상 가면 그 다음부터는 돈 없으면 꼼짝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은 레슨비. 예를 들어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되려면 스케이트만 배워서 되는 게 아니다. 체력단련을 위한 기본 운동을 해야 하고, 발레도 공부해야 한다. 그 모두가 돈이다. 아울러 타주나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들을 쫓아다니려면 비용이 엄청나다.
둘째는 부모도 아이도 개인생활은 없다는 말이다. 김연아의 경우, 어머니 박미희씨는 운전기사이자 매니저, 코치이자 물리치료사까지 겸했다. 하루 24시간 딸 옆에서 뒷바라지를 해야 하니 무슨 개인 생활이 있겠는가.
아이도 마찬가지다. 특히 10대가 되면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고 파티에도 가고 싶지만 특기생들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셋째는 가족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부모가 특기생에게 정성을 쏟다 보면 다른 자녀들은 본의 아니게 ‘찬밥’이 되고 만다. 부부가 남처럼 살아야 하는 것도 흔한 일. 김연아의 경우도 어머니는 딸과 함께 해외로 다니고, 아버지는 큰딸과 함께 한국에 남아 본의 아닌 기러기 가족 신세이다.
부모가 이렇게 오랜 세월 뒷바라지를 해도 자녀가 낙오자가 되는 케이스는 부지기수다. 자녀를 특기생으로 키우는 일은 욕심이나 의욕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심사숙고해서 정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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