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 불경기로 우울한 한인사회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15일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통쾌한 승리를 거둔 데 이어 17일 ‘영원한 숙적’ 일본과 맞붙으면서 남가주 한인사회는 야구 열기로 뜨겁다.
평소 야구팬들은 물론이고 야구에 별 관심 없던 여성들까지도 마음이 온통 경기가 열리는 샌디에고로 향하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오늘 하루 쉬고 샌디에고로 달려가고 싶다”는 직장인들부터 “손님도 별로 없는데 가게 문 일찍 닫고 야구장에 가서 실컷 응원이나 해야 겠다”는 자영업자들까지 17일 아침부터 한인사회는 들떴다.
이처럼 경기장 안팎이 흥분과 기대로 가득할 때 이런 요란스러움과는 담을 쌓은 듯 ‘나 홀로’ 묵묵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김인식 감독이다. 소박하고 털털한 모습이 옆집 아저씨 같은 그는 경기가 안 풀린다고 짜증을 내는 법도 없고 잘 풀린다고 흥분하는 법도 없다.
다분히 ‘전시용’인 히딩크 식 제스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표정 변화도 별로 없다. 경기 중에 좀처럼 덕아웃을 벗어나지도 않는다.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승리로 연결시키는 것이 그의 리더십이다.
개성이 제각각인 운동선수들을 훈련시키고 게임을 이끌어 가게 하려면 감독의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표적 야구감독으로 꼽히는 김응룡 전 감독의 특징은 ‘카리스마’. 뚝심과 카리스마로 유명한 그는 선수들을 엄하게 다루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승리를 이끌어내곤 했다.
그에 반해 김인식 감독의 특징은 ‘인화력’이다. 선수들이나 스탭들을 푸근하게 다독여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음으로써 팀웍을 이뤄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부드러운 리더십이어서 때로는 너무 느슨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일본과의 경기 전날인 16일에도 그는 선수들을 쉬게 했다. 일본 대표팀은 1시간 30분 공식 훈련을 가지며 만반의 준비를 하던 그날 그는 선수들에게 자유 시간을 주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것이 그의 신조. 여유의 철학이다. “야구 하루 이틀 하나? 밥 먹고 하는 게 야군데 하루 더 연습한다고 달라질게 있겠어? 푹 쉬고 잘 뛰면 그만이지” 하는 식이다.
선수가 결정적 실수를 저질러도 그는 화를 내지 않는다. 경기 다 끝난 다음에 화내봐야 뭐하겠느냐는 것이다. 잔뜩 주눅 들어있는 선수에게 “그냥 소주나 한자 하자”며 데리고 나가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으며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는 그는 그래서 ‘재활 공장장’으로 유명하다. 선수가 성적이 저조해 방출되어도 그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기회를 주어서 반드시 재기하게 만들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그렇게 믿고 다독여주니 그와 한번 인연을 맺은 선수·스탭들은 그를 맏형이나 아버지처럼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매사에 그럴 듯하게 꾸미는 법이 없는 그는 리더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리더십?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마음 가는대로 하는 거지”
그저 사람 아끼며 마음 주는 것, 그게 김 감독이 보여주는 리더십의 핵심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