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화제가 된 영화 ‘워낭소리’가 LA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되고 있다. 코리아타운의 한국 영화관인 엠팍은 요즘 ‘워낭소리’로 몰려드는 관객들의 ‘발자국 소리’에 신이 나있다.
극장 측 집계에 의하면 지난 3일 개봉 후 8일까지 ‘워낭소리’를 본 관객은 1400명 정도. 이 극장에서 상영된 다른 영화들에 비해 보통 3-4배 많은 관객이다.
실제로 영화관을 찾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역시 “이 극장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봤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를 큰 화면으로 보고 싶어 가끔 엠팍을 찾는다는 한 직장인은 “영화 자체보다 우선 관객이 많은 것이 흐뭇하더라”고 했다.
“매번 극장 안이 텅 비어서 미안할 정도였어요. 언젠가는 우리 일행과 또 다른 일행 단 두 그룹이 영화를 본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워낭소리’ 개봉하고 부터는 건물 입구부터 이채로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늙수그레한 장년 남성들부터 백발의 할아버지·할머니들, 혹은 딸과 손녀 손잡고 온 할머니 등 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단체 관람을 하고 싶은데 할인이 되느냐?”는 문의 전화도 심심찮게 걸려 와서 극장 측은 모처럼 기대에 부풀어 있다.
‘워낭소리’는 사실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꽃미남이나 팔등신 미녀 같은 눈요기 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같은 자극적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경북 봉화 산골의 늙은 부부와 늙은 황소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니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머슴살이로 잔뼈가 굵은 후 평생을 우직한 농부로 살아온 8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30년을 한 식구로 살아온 우직한 황소의 나날을 담담하게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주인공들의 삶이 매일 그날이 그날 같다보니 10분쯤 졸다가 봐도 다시 그 장면이 그 장면이다. 그래서 ‘지루하다’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그런가 하면 주로 나이든 관객들은 눈물을 펑펑 쏟는다. 70년대에 이민 온 한 중년남성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더라”고 했다.
“70년대 우리가 대학에 다닐 때만해도 ‘향토 장학금’이란 게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아버지들이 가을 추수해서 번 돈 탈탈 털고, 그래도 안 되면 소 팔고, 땅 팔아서 아들들 학비를 댔지요. 영화를 보며 그 아버지들이 생각나더군요”
반면 눈물 그렁그렁한 관객들이 폭소를 터트리게 하는 장면들도 없지 않다. 전 세대 부부들에게 전형적인 무뚝뚝하고 무덤덤한 관계가 종종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한 50대 주부는 할머니의 푸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더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 말은 들은 척도 안하다가 소가 한번 음메~ 하면 금방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보통 남편들 같을까요?”
할머니가 툭하면 소를 보며 “너나 나나 남자하나 잘못 만나 이 고생이다”고 하는 넋두리도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말 중 하나.
가식과 인공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땅에서 쑥 뽑은 무처럼 원초적 것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영화 ‘워낭소리’는 그 한 경험이 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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