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앞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주를 이뤘다.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아도 고마워할 줄 몰랐다.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이 늘 먼저 떠올라 불만이 많았다.
누군가로부터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아도 당연하게 여기고, 과분한 칭찬을 받아도 시큰둥해 하며 오히려 더 잘해주지 않는 것에 서운해 했다. 그리고 아직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억울해하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30대 중반. 아줌마의 정점으로 생각되던 나이에 들어서니 급속하게 망가지는 몸매에 비해 다행히 머리는 좀 성숙해지는지, 어떻게 하는 게 정말 잘 사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서른이 넘어 좋은 점 중 하나는 별거 아닌 일에 빨리 포기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법을 배워간다는 것이다. 20대에는 절대로 고마운 줄 모르던 일, 감사해 하기는커녕 불만으로 가득했던 일들이 이제는 진심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출퇴근길에 아이 픽업하느라 매일 100마일이 넘게 운전하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잘 견뎌준 남편한테도 고맙다. 내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을 쑥스럽게 내 입으로 이야기 하지 않으면 절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남편이지만,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도 여전히 빈손이었던 그가 그다지 섭섭하지 않다.
일하는 엄마를 둔 죄로 태어난 지 두달만에 바구니에 담겨 할머니 집으로 왕복 1시간이 넘는 길을 출퇴근(?) 해야 했던 아들이 별탈없이 잘 자라준 것도 고맙다. 사실 이것은 잘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감사드려야 할 일이다. 이제 갓 두 돌이 지난 내 아이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도록 언행에 신경을 쓰게 되고, 어려운 순간에도 아이를 떠올리면 가슴이 환해지니 아이는 언제나 내 감사의 첫 이유가 된다.
왕성한 내 식욕도 건강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난 그 어떤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식욕을 잃은 적이 없다. 끙끙 앓으면서도 항상 먹고 싶은 메뉴가 떠오른다. 그런 내 자신이 때론 참 한심하기도 하지만 요즘 식욕도 없고 의욕도 없다는 친구들을 보면 내 왕성한 식욕도 고마워 진다.
그리고 매일 바라보는 하늘, 바람, 꽃, 길거리 풍경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새삼 아름답게 느껴진다. 물론 여전히 세상은 만만치 않고, 깜짝 놀랄 일들이 터져 눈물 흘릴 때도 있지만 그러면서 하나씩 깨우치고 배워간다는 생각에 또한번 감사하게 된다. 선물처럼 내게 주어진 오늘, 그 오늘을 무사히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워렌 버핏의 투자노트에 보면 한 대학생이 이런 질문을 한다. 버핏 씨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이 무엇입니까? 세계 최고의 부자로, 최고로 성공하는 사람으로 손꼽히는 워렌 버핏은 성공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를 내린다. “성공이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이 최대의 성공입니다.”
내 경험으로 보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으려면 언제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아직 그 단계까지는 멀었지만 열심히 감사하다 보면 언젠가는 - 그래도 한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 워렌 버핏이 말하는 성공하는 삶에 비슷해지지 않을까.
온 국민이 사랑하고 존경했던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기 전 마지막으로 하셨던 말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용서하세요”.
지니 조, 버진 모바일 힐리오 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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