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밸런타인스 데이에는 아주 색다른 체험을 했다. 타운내 유명 결혼정보회사가 주최하는 ‘밸런타인스 데이 파티’에 참석한 것이다. 취재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직 싱글인 터라 주변의 권유(혹은 강요)로 인해 사람들도 만나볼 겸 겸사겸사 참석하게 됐다.
별 다른 기대 없이 참석했던 이날 행사는 예상 외로 신선한 재미가 가득했다. 30여명의 선남선녀들이 3분 데이트, 다양한 게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쭈삣 쭈삣 어색하기 짝이 없던 ‘꿔다 놓은 보릿자루’만 같았던 기자도 어느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편안하게 행사를 즐기기 시작했다. 기자와 마찬가지로 주변사람들, 혹은 부모님에게 ‘등 떠밀려’ 참석한 사람들도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입을 모았다.
30대 초반 한인여성 Y씨는 “프로필만 봤다면 나이가 많거나 혹은 다른 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만나기를 꺼려했을 남성분을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고 게임을 즐겨보니 좋은 점을 발견하게 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호감을 가지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이는 ‘본인 하기 나름’이었다. 꼭 인연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 시간을 즐기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얘기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빠르게 형성하는 모습이었다.
많은 한인들이 공감하는 바지만 한인 커뮤니티내 미혼 남녀들의 결혼문제는 심각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혼기가 꽉 찬 싱글 남녀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짝을 찾지 못해 부모님들까지 모임을 만들고 나서서 자녀들의 배필 찾아주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 몇 년 간 기자가 취재한 신생 부모님 모임만 해도 한 두 개가 아니었으니, 그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제니퍼 이 지사장은 “길가다가도 많은 사람들을 부딪치는 한국과는 달리 미주한인 사회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사회”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싱글들을 위한 ‘만남 이벤트’들은 ‘싱글 탈출’을 위한 좋은 창구가 아닐 수 없다. 어색한 분위기가 싫고, 내 인연은 영화처럼 찾아올 것이라는 소극적이고 비현실적인 자세를 내려놓아야 한다. 결혼정보회사 등이 주최하는 행사들은 ‘건전한 만남’을 전제로 하는 행사인 만큼 안전하며 권장할만하다.
‘삼국지연의’의 유비는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도 불사하는 정성과 노력을 쏟았다. 하물며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 일에야 말이 필요 없지 않을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아 많은 싱글 한인 남녀들이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게 되길 소망한다.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노력 없이 배필을 만나려는 소망은 버리길 바란다. 성경에서도 ‘구하라 주실 것이요, 찾으라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열릴 것이니’라고 말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자에게 천생배필이라는 귀한 선물이 주어질 것이다.
홍지은.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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