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들은 석유 값이 3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파이낸셜 타임스)
“미국 모기지 손실이 커지면서 투자가들은 인플레에 대비해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가격 상승이 끝날 것으로 전망하는 분석가는 간이 큰 사람이다.”(블룸버그 통신)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석유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다른 금융 상품이 무너져도 석유 같은 원자재는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의 반영이다.”(커리어 메일)
지난 7월 석유 값이 배럴 당 150달러로 치솟자 전 세계 언론이 일제히 내놓은 분석이다. 자원 고갈과 수요 증대로 어째서 석유 값은 오를 수밖에 없는가 하는 내용이 석유 기사의 99%를 차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달러는 시간문제고 300달러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지면을 장식했다. 불과 넉 달이 지나면 유가는 60달러를 밑돌 것이란 분석을 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12일 국제 유가는 55달러대로 떨어졌다.
어떤 트렌드가 오래 계속되면 그것이 정상인 것처럼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 트렌드가 막바지에 달해 종점에 가까울수록 그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한다. 90년대 말 하이텍 붐이 그랬고 2007년 미 주택 붐이 그랬다. 그 후 어떤 사태가 벌어졌는지를 뻔히 보면서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한다. 올해 석유 버블이 단적인 예다.
불과 10년 안쪽으로 이처럼 같은 패턴이 되풀이되는 것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어리석은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일확천금을 안겨준다는 달콤한 속임수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는 기사가 아무리 나가도 같은 수법으로 사기 당하는 사람이 반드시 또 나온다.
유가 폭락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인간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기름 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떠들던 그 수많은 전문가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이중에서 자기 전망이 틀렸음을 부끄러워하면서 독자나 고객들에게 사죄하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기름 값이 오른다고 석유 회사들을 욕하던 사람들이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석유 회사들끼리 담합해 소비자들을 등치고 있다고 열변을 토하던 사람들은 어디 갔을까. 석유 회사들이 마음대로 기름 값을 매길 수 있다면 어째서 이처럼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것일까.
이번 유가 폭락은 기름 값을 정하는 것은 시장이지 석유 회사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줬다. 고유가가 싫으면 자동차를 덜 타면 된다. 이번 유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소비자들의 석유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보고도 석유 회사를 비난하는 사람은 뭔가 생각이 삐뚤어진 사람이다.
세상을 살아보면 아는 일이지만 인생도 경기도 직선이 아니다. 순탄하게 잘 나가는 때가 있는가 하면 잘 안 풀리는 때가 있고 불경기가 온 후에는 호경기가 찾아온다. 코앞의 현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담담하고 굳건한 마음을 다지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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