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잡으면 운전에만 집중해야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시간에 쫓기며 살다보니 가장 시간이 남아도는 때는 종종 운전할 때이고 이때를 이용해서 운전자들은 여러 가지 딴 일들을 한다.
개학해서 프리웨이가 많이 막히는 요즈음 앞뒤 좌우 차선의 운전자들을 보면 각양각색이다. 커피를 마시거나 뭔가를 먹는 사람, 화장하는 사람, 전기면도기로 면도하는 사람, 머리를 빗는 사람, 목걸이나 귀걸이를 하는 사람, 심지어 신문이나 서류를 읽는 사람도 있다.
담배 피는 사람은 물론이고, 뒤에 태운 아이를 수시로 돌아보는 사람 등 다양한 데 이 모두를 합친 것보다 흔한 ‘딴 짓’은 역시 전화 통화이다. 특히 프리웨이가 막히면 그만큼 늘어나는 게 운전자들의 전화통화이다. 그냥 있자니 지루하고 답답해서 그 시간에 친지들 안부도 챙기고 친구들과 못 나눈 대화도 나누자는 생각 때문이다.
운전 중 몇 가지 ‘딴 짓’ 안 해본 사람 없고 그로 인해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이 대부분의 경험이다. 그런데 이런 잠깐의 ‘딴 짓’이 때로 엄청난 참극을 몰고 올 수가 있다. 지난 12일 채스워스에서 발생한 메트로링크 열차 사고가 대표적인 예이다.
주말을 맞아 기분 좋게 퇴근하던 25명이 졸지에 목숨을 잃고 130여명이 부상한 열차충돌 참사는 기관사의 잠깐 ‘딴 짓’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직접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던 기관사로서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느라 잠깐 한눈을 판 것인데 하필 그 순간 정지신호를 통과하면서 미국에서 15년래 최악의 열차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운전 중 1-2초는 평소의 1-2초와 다르다. 때로 생사를 가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2년 전 발표된 관련 연구에 의하면 차량 충돌사고의 거의 80% , 거의 충돌할 뻔한 케이스의 65%는 운전자의 순간적 ‘딴 짓’ 때문이다.
사고발생 3초 이내에 운전자가 뭔가 딴 데 한눈을 판 것이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텍 교통 연구소와 전국고속도로 교통안전청이 주관한 이 조사에 의하면 충돌 사고를 일으킨 가장 흔한 원인은 셀폰 사용. 그 다음이 졸음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현재 미국의 셀폰 사용자는 2억6,000만명. 지난 1990년의 430만명에 비하면 60배 이상 늘어난 숫자이니 운전 중 통화 또한 많아질 수밖에 없다. 운전 중 통화만으로도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어 사고 위험을 높이지만 그 보다 몇 배 더 위험하기는 문자 보내기이다.
손놀림이 어눌한 성인 운전자들은 감히 시도도 못하지만 10대, 20대 젊은 운전자들은 운전하며 문자 보내는 곡예를 서슴지 않는다. 운전 중 문제 메시지 보낸다는 사람은 2007년 1월 현재 19%.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DWT(driving while texting)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현재 DWT를 금지하는 주는 워싱턴과 뉴저지. 캘리포니아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DWT 도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코네티컷 같은 주는 운전 중 화장을 하거나 뒷좌석의 아이를 돌아보는 행동에 대해서도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운전할 때는 제발 ‘딴 짓’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이다. 잠깐의 ‘한 눈’이 엄청난 비극을 몰고 올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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