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가장 유명한 라디오 토크 프로그램 중 하나를 호스트하고 있는 흑인 라디오 진행자 레리 엘더(Larry Elder, KABC 790)는 흑인들의 낮은 교육열을 비판할 때 자주 한인의 학원교육을 예로 든다.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이 방과 후 거리를 전전할 때 한인 학생들은 남가주 각 지역에 있는 수백개의 학원에서 오후와 저녁을 맞는다는 것이다.
엘더는 방송 중 한국말 그대로 “학원”을 말하면서 한인의 학원문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미국 사회에도 학원 시스템이 고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한인업소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업체가 바로 학원이다. 최근 발간된 2008~09년 한국일보 업소전화번호부를 통해 나오는 학교 및 학원의 수는 900여개에 달한다. 이는 식당과 병원 그리고 부동산 사무실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 수치는 교회나 비영리기관의 한글학교와 기술전문 학원을 제외한 것으로 지난 2004년 약 500개 업소에 비해 거의 2배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인 인구 증가와 사교육 비중이 높은 이민생활, 학교 교육만으로 부족하다는 한인들의 교육열이 성장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한때 한인들이 미국에 이민을 오는 이유가 한국에서 넘쳐나는 사교육비를 절약하겠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한인들의 미국생활에서 학원비는 가계지출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학원 과목도 SAT, 수학, 작문, 독해, 문법, 단어 등 다양하다. 일주일에 2~3개 클래스만 등록해도 한달에 수백달러에 달하는 수강료가 부모 몫으로 돌아온다.
LA 한인타운에 있는 유명한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한 미국인 교사는 한인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자녀들에게 적성에 맞지 않는 클래스를 억지로 듣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할리웃 영화계에서 작가로도 일하면서 30여년 동안 아이들에게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이 교사는 많은 한인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로 인해 학생들이 원하지도 않은 클래스에 등록해 시간 낭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당나귀에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라는 것과 같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 수학이나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에게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에세이를 잘 작성해야 한다는 이유로 영문학이나 특수 작문 작성 클래스에 아이들을 등록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학생은 원하지도 않는 레슨을 받으면서 진도는 나가지 않고 학부모들은 높은 학원비를 지불하면서 아이의 자신감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학원 교육, 그동안 사교육의 비용 때문에 한인사회에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했지만 주류사회에서 보는 눈은 꼭 나쁘지만은 않다. 관건은 학부모들이 얼마나 현명하게 학원 시스템을 이용해 보다 현실적이고 적절하게 자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방향타를 잡는 것이다.
백두현
특집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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