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로 유명한 여자가 있었다. 독일에서 닥종이 예술가로 활동 중인 김영희 씨이다. 김영희 씨는 닥종이를 소재로 소박하고 천진한 어린아이 인형들을 잘 만들어내는 데다 그 자신 5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1990년대 초반 그의 닥종이 인형들과 함께 유명해진 김씨가 요즘 다시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에세이집을 새로 출간하면서 귀국 전시회가 열리고 같은 이름의 TV 드라마도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세 아이를 혼자 키우며 닥종이 예술에 매진하고, 30대 후반에 14살 연하 독일 청년과 결혼해 다시 두 아이를 얻고, 낯선 문화 속에서 다섯 아이들을 키우느라 좌충우돌 하며 살아온 그의 삶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훈훈한 정감을 주는 모양이다.
아이를 여럿 키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경험들을 전제로 한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고 하듯 자녀가 여럿인 가정에서는 잠잠할 날이 별로 없다.
‘아이 많은 집안’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집안 문제’가 집안에서 끝나지 않고 전국적 이슈가 되었으니 문제이다.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의 러닝메이트인 새라 페일린의 틴에이저 딸이 임신했다는 사실이 지금 대선 정국의 최대 입방아 거리가 되고 있다.
“가정의 가치를 내세우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10대 딸이 임신이라니 …”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있어 인터넷이 시끌시끌하다.
덕분에 이번 주 시작된 공화당 전당대회 뉴스는 쑥 들어가고 ‘페일린 딸의 임신’ 뉴스만 전면에 떠올라 미디어를 달구면서 ‘베이비 게이트’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허리케인 구스타브로 일정이 축소된 전당대회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베이비 게이트’까지 몰아쳐서 잔치 분위기의 김이 새고 말았다.
매케인이 러닝메이트로 페일린을 소개했을 때 대부분 유권자들은 의아했다. 알래스카 최초의 여성주지사라고 하지만 초선이고 그전 경력이라야 워실라라는 인구 1만명도 안되는 소도시 시장이 고작이니 알래스카 밖에서는 무명의 정치인이기 때문이었다. 40대로 젊다는 점, 여성이라는 점이 매케인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것이고, 철저하게 낙태에 반대해 그 자신 다섯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사실이 공화당 보수진영에게는 반가운 요소로 작용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다섯 아이중 하나가 엄마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페일린의 4개월짜리 막내아들이 사실은 큰딸 브리스톨의 아이라는 엉뚱한 소문이 인터넷에 나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페일린 부부는 부랴부랴 성명을 발표, 17살짜리 딸이 임신 5개월이며 “딸이 (낙태하지 않고) 아기를 낳으려고 결심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공표했다.
10대 딸의 임신을 엄마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자식이 마음대로 안되는 것은 부모라면 다 이해하는 일이다. 그렇기는 해도 ‘베이비 게이트’가 조용히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딸에게 성교육 하나 제대로 못 시키면서 기독교 가치관을 내세울 수 있느냐”며 페일린의 자질을 들먹이던 여론이 급기야는 매케인의 인선 능력을 도마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페일린의 중도하차가 점쳐지고 있고, 그렇게 되면 매케인으로서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가 미국의 대선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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