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확실한 선두주자로 부상하면서 그가 암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흑인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사상 첫 흑인 미국 대통령이 탄생하는 꿈같은 희망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오바마가 과연 무사할 수 있겠느냐는 두려움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결국 암살될 것이라면서 그의 안전을 위해 아예 오바마를 찍지 않겠다고 밝히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 사회 일각에서 이처럼 오바마 암살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것은 흑인 지도자 마틴 루터 킹이 암살됐고 오바마처럼 젊은 나이에 선풍적 인기를 모으며 대통령에 올랐던 존 F. 케네디 전(前) 대통령 역시 흉탄에 쓰러졌던 악몽이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암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흑인은 물론 백인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지만 특히 1968년 킹 목사의 암살과 케네디 피살사건을 겪었던 흑인 노년층 사이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0년대 콜린 파월 장군이 대선 출마를 검토할 당시에도 부인 앨머 여사를 비롯한 흑인들은 그가 대통령에 도전하면 암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고 파월이 결국 대선 출마를 포기하자 잘한 일이라며 반기는 흑인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 미국인의 의식 수준이나 경호시스템 등이 많이 향상됐기 때문에 오바마가 흑인이라고 해서 과거와 같은 암살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낙관론도 있지만 아직도 위해 위협이 다분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오바마에게는 민주, 공화 양당 대선 후보들 가운데 가장 이른 작년 5월부터 대통령 등 요인 경호를 담당하는 재무부 소속 비밀검찰국(Secret Service)의 경호가 제공되고 있으며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될 경우 경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초 오바마에 대한 비밀검찰국의 경호를 요청했던 딕 더빈 상원의원은 일부 인종주의적인 위해 위협이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은 작년 가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 군중들에게 행한 연설을 통해 사람들이 오바마와 우리 가족을 염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와 그들 스스로가 실망하지 않도록 보호받기를 원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코레타 스캇 킹 여사의 말씀 대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겨내지 못할 도전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자신도 킹 목사는 비밀검찰국의 경호를 받지 못했다면서 그에 비하면 자신은 훨씬 안전한 편이라고 위해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부르짖는 변화에 반대하는 세력이나 흑인 대통령 탄생을 저지하려는 사람들, 오바마가 이슬람교도라고 그릇된 편견을 가진 일부 사람들로부터의 위협은 무시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링컨이나 케네디, 킹 목사처럼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던 지도자들은 암살됐던 역사적 사실도 있다.
미국 라디오 토크쇼에서는 전화를 걸어 오바마를 악마라고 부르며 공공연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일도 있었다.
흑인 잡지 에보니의 브라이언 몬로 편집인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오바마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이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흑인 리더십 포럼의 이본 스크러그스-레프트위치 전 회장은 총격과 폭력사태가 빈번한 미국에서 선거에 나선 정치 지도자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두려움에 밀려서는 안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계속 나아가는 미국인 특유의 기상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 흑인계 미국인들의 정서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오바마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텍사스 주 댈러스 유세 때 경호원들이 금속탐지기 검색과 개인 소지품 검사를 하지 않은채 청중들을 행사장에 들여보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이는 등 ‘오바마의 안전’ 문제는 미국 대선의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올랐다.
lk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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