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로 안방 컴백
의학 드라마 일부러 안 봤어요
이요원(27)은 또래 연기자와는 확실히 다른 자기 길을 걷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잇딴 주연 자리를 마다하고 지난 2003년 이른 나이에 결혼하더니 일찌감치 딸을 얻었다. 여자 연예인들의 결혼이 드물던 당시 이요원의 이색 행보는 놀라움을 안겼다. 결혼 뒤에는 소화 가능한 연기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의아함을 가중시켰다.
결혼과 출산으로 2년을 보내고 시청자 앞에 다시 선 이요원은 어렵지 않게 주변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복귀작 ‘패션 70’s’에서는 여주인공 자리를 따내며 천부적 소질의 패션 디자이너를 소화했고, 곧장 영화로 옮겨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는 여배우로의 존재를 재확인시켰다.
결혼 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아프리카’, ‘서프라이즈’와 드라마 ‘대망’ 등에 출연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이요원은 ‘유부녀’가 된 후 더 빛을 본 특별한 경우다.
이요원이 이번에는 외과의사에 도전한다. 실력은 좀 떨어지지만 정이 넘치는,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외과의사 봉달희다.
이범수, 김민준과 삼각관계 펼쳐
SBS가 오는 17일 첫 방송하는 수목극 ‘외과의사 봉달희(극본 이정선, 연출 김형식)’는 오랜만에 만나는 본격 의학 드라마. 대학병원 흉부외과를 배경으로 실력파 전문의와 좌충우돌 레지던트들이 생명을 두고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이요원은 극의 중심에 선 1년차 레지던트 봉달희로 꿰맬 봉(捧), 통달할 달(達), 계집 희(姬)란 이름처럼 ‘꿰매는 것에는 통달한 여자’다. 이름에서 전해지듯 코믹한 캐릭터다.
하지만 인물 특성과 달리 의학 드라마 특성상 전문 용어와 난해한 수술 등을 소화하는 일은 이요원에게 결코 쉬운 촬영이 아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고 직업도 전문적인 용어도 낯설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하나씩 배워가고 발음과 상황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다른 작품과 달리 배워야 할 게 많은 이 드라마를 통해 이요원은 예전에는 관심이 없던 의사란 직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기회가 됐다고 했다.
봉달희는 의대를 졸업했지만 몸이 약해 엄마에게 붙잡혀 고향인 울릉도 보건소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연한 기회에 탈출을 시도, 서울의 대학 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지만 그마저 녹록치 않다. 천재 의사 안중근(이범수)은 대놓고 ‘의사를 관두라’고 하고, 급기야 안중근의 경쟁자인 또 다른 의사 이건욱(김민준)까지 가세해 묘한 3각 관계를 이룬다.
봉달희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여자는 아니다. 안중근이 의사를 관두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악착같이 의사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비록 실수투성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품고 꿈을 위해 달려가는 인물은 이요원에게 처음이 아니다. 전작 ‘패션 70’s’의 한더미 역시 봉달희와 공통점이 많다.
더미는 시대적인 여성이어서 자기표현이 부족했다면 달희는 감정 표현이 자연스럽다. 서로 표현하는 방식은 틀리지만 둘 다 순수하고 밝은 여자다.
촬영 전 심폐소생술 등 익혀
처음 도전하는 의학 드라마를 위해 촬영 전 기초 의학교육과 심폐소생술을 배우기도 했던 이요원이지만 유명 의학 드라마나 영화는 찾아 보지 않았다.
롤 모델를 찾기보다 우리 드라마에 충실하고 싶다는 이요원은 객관적으로 대본이 재미있고 출연진이 많지만 외면받는 인물이 한 명도 없다면서 다른 의학 드라마와 달리 아기자기한 면이 커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다고 했다.
’봉달희’ 출연진은 얼마 전 수술장면 촬영에서 한 신을 찍는데 무려 17시간을 보냈다. 방송에는 3분간 등장하는 장면이지만 촬영장으로 이용하는 건국대 병원 수술실에서 배우들은 17시간을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 현장에 항상 동석하는 자문 의사와 간호사들의 세밀한 지적을 배제하지 않으려는 노력 때문이다.
17시간 동안 단 한 신을 촬영하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는 이요원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어렵지 않다며 웃었다.
[기사제휴]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 기자 dlgof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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