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영역 넓힐 계획… 박사 개그맨 1호 눈앞
큰 그릇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장종지처럼 역할은 작아도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도 필요하잖아요.
개그맨 이윤석은 자신을 ‘간장종지’에 비유했다. 93년 서경석과 함께 콤비를 이뤄 데뷔한 그는 13년간 최정상은 아니지만 꾸준한 활동으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는 톡톡 튀는 입담으로 대중을 사로잡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주연’은 아니었다. 어수룩한 듯 착한 웃음으로 한발짝 뒤에서 맛을 살려주는 그야말로 간장 같은 역할을 했다.
태양처럼 뜨겁게 빛나는 스타로 뜨는 것도 좋지만 제 성향 자체가 저녁놀처럼 여운을 주는 게 맞아요. 비행기로 치면 콩코드기처럼 높이 떠 빨리 나는 것이 아니라 털털거리는 경비행기처럼 낮게 떠서 큰 위험 없이 오래가는 쪽이죠.
그런데 이제 그가 좀 더 속도를 내려 한다. 안전운행에서 벗어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모험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제가 해온 것이 약이 되면서 독도 되더라고요. 시청자들이 제게 실망했다는 말도 안 하지만 더 이상의 기대도 없는 거죠. 이제는 조금 실망을 주더라도 ‘기대 이상인데’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활동하던 굴레를 벗어나 정글에 몸을 던지기로 했다. 데뷔 이후 MBC에서만 활동하던 그는 내년부터 신인의 자세로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할 계획이다.
물론 간장종지처럼 작은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다른 밥상을 차릴 때는 국그릇이나 밥그릇이 되기도 하려 합니다. 밥도 담고 국도 담아 봐야죠.
개그맨들의 목표가 MC로 자리 잡는 것이지만 이윤석은 반드시 MC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이경규를 꼽는 그는 ‘롤모델’로는 전유성이나 조영남을 들었다.
방송인으로서 자기 색깔이 뚜렷하고 어디에서도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분들은 연예인 중에서 주위에 확 융화되지 않고 뭔가 동떨어진 느낌이 있잖아요. 저도 파괴력이 좀 부족하지만 쉽게 구획화되지 않는 느낌이 있거든요.
오랜 시간 그를 따라다닌 별명 ‘국민 약골’ 이미지를 벗겠다는 것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선언이다.
그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영화배우 차승원의 도움으로 ‘몸짱’에 도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몸무게가 10㎏ 늘어나고 근육도 생겼지만 프로그램 이후 논문 작업 등으로 운동을 계속하지 못해 다시 7㎏ 가량 살이 빠졌다고 한다.
’국민 약골’로 웃음을 전했지만 실은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몸은 말랐지만 실제로는 약골이 아니거든요. 사실 약한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죠. 내년에는 이미지도 바꿔야죠. 몸도 마음도 단단히 해서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을 거라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한다는 그는 언젠가 한번 제대로 망가져 보겠다고 말한다. 반면 전문성 있는 교양프로그램을 통해 양극단의 모습을 소화해보겠다는 계획도 있다.
친구처럼 서로 배려할 수 있는 여성을 만나 결혼하는 것도 내년의 중요한 목표.
그는 현재 ‘TV 완전정복’과 ‘!느낌표’의 ‘산 넘고 물 건너’ 코너를 진행하고 있으며, ‘섹션TV 연예통신’의 리포터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논문 제출을 마친 상태로 곧 ‘박사 개그맨’이 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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