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래동화 번역책 만들고
도서관 등에 무료로 나눠주고
홈리스센터 등 찾아 봉사활동도 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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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한창수)는 한양공대 교수, 어머니(이정옥) 음악학원 원장. 아버지 유학시절 텍사스에서 태어난 재욱(영어이름 유진)이는, 한살 때 돌아갔지만, 미국여권 소지자인 것만 해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2학년 때 UC버클리 교환교수가 된 아버지 덕분에 1년동안 미국학교를 다녔다. 영어는 웅얼웅얼 단계를 벗어났다. 누나(주영)처럼 다른 공부도 잘했다.
미국식으로 8학년 때, 두번째 유학길에 오르는 재욱이를 또래들은 더욱 부러워했다. 부모끼리 친한 인연으로 그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미국Jr.대표인 데보라 심 양의 집(월넛크릭)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준비된 유학생, 적응이 빨랐다. 축구클럽에 들락거릴 여유까지 생겼다. 실은, 그는 ‘홍명보만 만 끼고 살았다” (어머니의 말)는 축구매니아. 월넛크릭 노스게이트고교 11학년 유진 한 군이 SAT를 빨리 끝내겠다며 요즘 이것저것 줄이고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보따리 가운데 축구가 들어있다. 그래야 마음놓고 내년 여름, 오스트리아 빈의 외삼촌 댁으로 날아가고, 내친김에 이웃 독일로 튀어 월드컵 현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으므로. UC버클리에 다시 교환교수로 와 있는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조건부 허락을 받아놨다.
월드컵 말고도 이유는 또 있다. 지난달 중순 책으로 펴낸 한국전래동화(서울 도서출판 아이올리브 발행)를 보완해 두번째 책을 만든다는 욕심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가 된 게으름뱅이, 지렁이를 먹게 된 며느리, 의좋은 형제 등 전래동화 9편을 골라 손수 번역한 뒤 한글원본을 곁들여 책을 엮었다. 책머리에 밝힌 동기 때문에 더욱 칭찬을 듣는다.
“옛 이야기에는 우리들의 조상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사셨던 모습과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이곳 미국에서 한국아기를 입양하신 분이 한국에 관한 전래동화책을 구해보기가 어렵다는 말씀을 듣고 나서부터입니다…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간접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기본바탕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우송받은 한 군은 “외국인뿐 아니라 제가 사는 도시인 북가주 월넛크릭의 작은 도서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전래동화책이 되기를 바란다”며 인근 도서관들에 무료로 기증했다. 북가주 한글학교들에도 나눠주고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보내줄 참이다(전화문의 925-934-5089).
칭찬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수시로 콘트라코스타 홈리스센터를 찾는 등 그는 봉사활동이 몸에 뱄다. 올 여름방학 서울나들이 동안에는 왕십리 화성영아원에서 놀아주고 청소하고, 주말마다 자원봉사를 했다. 장래희망은 치과의사. 어머니는 말했다. “한국에 있는 구역식구 한명이 큰 병원 원장이셨는데, 가난한 사람들 무료로 치료도 해주고 싶지만 병원이 주식회사같이 돼서 못고쳐준다고 따로 나와서 개인병원을 차리셨어요. 저는 애가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벌 줄도 알고 제대로 쓸 줄도 아는 사람이”.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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