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야, 꽃다운 30세 청춘을 마치고 무정하게도 천국으로 떠나간지도 어느덧 5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갔구나. 안타깝게도 아름답게 스쳐 가는 옛 추억들이 그림처럼 내 마음속에 수놓고는 사라져간다.
아빠 품에 안겨서 우리 ‘더어우드’ 집에 너의 가족이 찾아왔던 그 행복했던 시절, 너에겐 그지없이 짤막한 생애였지. 그후 너희 아빠가 어린 너희들을 두고 떠나가 버린 그 비극을 어찌 잊을 수 있겠니. 너희 두 형제에겐 광야 같은 세상 속에서 홀 엄마와 모든 풍파를 헤쳐가야 했으니. 그러나 너는 항상 엄마의 웃음꽃이 되어 주었고 엄마의 그지없는 마음 벗이 되었지. 너의 엄마가 모든 역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용기와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네가 엄마의 강력한 동반자가 되었기에 가능했지.
수지야, 고등학교 축구시합 때였지. 너는 학교 ‘치어리더’였는데 어찌나 예쁘고 귀여웠던지 그림 같은 너의 모습이 나의 마음 속 깊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이모 학교 가을학기 칠판을 위해 하루종일 풍선을 아름답게 색칠하고 스누피가 공중을 향해 높이 솟는 그림을 그려주었지. 나는 그 그림을 학생들에게 학업성취를 상징하는 뜻으로 매해 가을학기 칠판으로 장식했단다.
수지야, 넌 참으로 쾌활하고 성실하고 고귀한 성품을 가졌고, 항상 긍정적인 생활철학을 소유하고 있었고, 진실한 신자로 예수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천사와 같은 숙녀였지. 일상생활 속에 우선 순위가 먼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일이었으며 가족뿐 아니라 친구들도 그렇게 사랑했으니 말이다.
수지야, 너에게 황달이 찾아왔을 때 네 엄마가 몹시 아팠다. 너 자신을 돌볼 여유도 없이 너는 전적으로 엄마 병간호에 정성을 다 쏟았지. 그리고 엄마가 회복되는 무렵엔 너의 간은 병이 들기 시작했지. 네 몸이 쇠약해지는데도 엄마에게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직장, 그리고 대학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지. 그러나 너의 간암은 깊어지고 ‘키모’ 치료를 시작하게 되고 뼈와 골수에까지 퍼지게 되었지. 너의 곱던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모자를 쓰고 다니던 너. 엄마에게 어려움을 주기 싫어 그 먼 존스 합킨스 병원까지 혼자 운전하고 다녔다니 놀랍고 감탄할 일이 아닌가. 그렇게 고통 중에도 오빠의 결혼 준비를 도와주며 그 몸으로 시카고까지 가서 마지막 오빠의 결혼식에 참석하였던 너를 보고 많은 친척들이 눈시울을 적셨던 그 날을 어찌 잊을 수 있겠니. 효녀 중의 효녀였던 너가 그렇게 아픈 중에도 어머니가 추운 겨울을 나려면 좋은 차가 필요하다며 먹지 않고 입지 않고 저금해놓은 것을 네 유서에서 알게 됐단다.
네 엄마는 네가 남기고 간 유언에서 암 환자를 위해 일해달라는 간곡한 뜻을 받들어 ‘수지 추모음악회’를 4년 전에 창설해 올해도 모금되는 기금을 존스 합킨스 대학 암 연구센터에 전달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고 또 음악 장학금도 수여할 것이다. 올해는 오디션을 통해 등장하는 젊은 음악인들이 있고 특별히 줄리안 유라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가 너를 위해 작곡한 ‘Silky-Sky’라는 곡을 선사함으로써 너의 추모 음악회는 더욱 아름답고 의미 깊은 음악회가 될 것이다. 금년에도 케네디 센터에서 12월 2일 열린다. 너 어딘지 알지, 수지야. 꼭 와야해. 지상에서 이모가 나의 ‘수지’를 추모하면서.
서숙희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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