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국가 경제를 세 갈래로 나눠 운영하는 기이한 나라다. 내각 담당의 민간 영역인 인민 경제, 군의 자금 텃밭 군수 경제, 노동당의 자금줄인 당 경제가 각기 독립적으로 돌아간다. 당 경제 체제에서 핵심 업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의 통치 자금 조달·관리다. 이를 위해 당 비서국 ‘89호실’과 당 중앙위원회 산하 ‘38호실’ ‘39호실’ 등이 역대 금고지기 역할을 맡아왔다. 더 은밀한 사금고 역할은 국무위원회 산하 ‘36국’이 수행한다고 한다.
■외화벌이 조직 39호실은 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지시로 1974년 설립됐다. 실장직은 최봉만·김동운·전일춘·신룡만이 순서대로 맡았다. 39호실은 대성총국·금성은행 등 120여 개 기업을 거느리며 합법 사업을 가장했다. 실질 수입원은 마약·무기 밀수, 위조 달러 제작·유통, 보험 사기, 금융기관 해킹 등 불법 사업이다. 한 해 최소 수조 원 상당의 달러를 번다. 북한 내 금광·은광 운영도 39호실이 맡았으므로 관리 자산이 총 수십조 원 이상에 이를 수도 있다.
■김씨 일가 내탕금을 조달하는 38호실은 1980년대 김일성 지시로 당 경공업부에 설립됐다. 1994년 집권한 김정일은 1996년 39호실 부부장 출신 측근 림상종을 38호실장으로 앉혔다. 림상종이 2007년 사망한 뒤 2008~2009년 38호실을 39호실에 통합시켰다. 이후 국제 대북제재에 대응해 2010년 5월 38호실을 부활시켰다가 2014년 즈음 39호실에 재통합했다.
■2018년부터 39호실장을 맡아온 신룡만이 최근 물갈이됐다. 신임 당 중앙위 후보위원 한상만이 후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경질 내막은 분명치 않다. 김 위원장이 딸 주애의 후계 구도 만들기에 필요한 비자금을 마련하고자 금고지기를 세대교체했을 수도 있다. 39호실 등이 번 돈은 핵·미사일 개발의 주요 재원이다. 우리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펴더라도 국제 공조를 강화해 김씨 일가 비자금줄은 막아야 한미를 위협하는 북한 핵무력 증강을 저지할 수 있다.
<민병권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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