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의회 10지구 특별선거에 출마한 허브 웨슨 전 가주하원의장의 선거운동을 들여 보면 선거자금 모금외에 다른 것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인, 흑인, 라티노 등 3대 소수계가 몰려있는 10지구가 안고 있는 치안, 지역 경제, 교통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후보의 정견은 뒷전으로 밀어낸 것 같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각 후보가 자신의 고유한 정책과 노선을 내걸고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책임정치를 펼치는 것이지만, 이번 특별선거는 이같은 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자신을 알리기 위한 언론, 특히 한인언론과의 접촉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통상 선거 때면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최고의 방법으로 언론을 선택, 선거운동 일정을 수시로 알리는 한편 인터뷰를 해줄 것을 요청하는게 일반적인 관례다.
그러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의원 후보로 나선 웨슨 전 의장이 한인 언론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마틴 러드로우 전 시의원의 사임 발표 다음날 가진 출마 선언 기자회견과 본보 등 한인 언론사를 찾아온 것 외에 다른 기억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도 “더 잘 하겠다”는 원칙적인 말 외에는 시의원에 당선될 때 무엇을 하겠다는 공약조차 뚜렷하게 내세우지 않았다.
정치관, 인생관, 가족관계 등 유권자들이 당연히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하더라” 통신만이 돌아다닐 뿐, 정작 본인의 입으로 들어본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스스로를 철저히 감추거나 이미 당선이 확정됐다는 생각 때문에 교만하다는 인상까지 주는 상황에서 선거자금 모금운동에는 적극적이니, 당연히 이를 못마땅하게 보는 유권자들도 하나 둘씩 늘고 있다. 혹시 “시의원 선거자금을 한인사회에서 충당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하는 의혹마저 제기될 정도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웨슨 전 의장의 이같은 행보에 한인사회 인사들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들을 보고 “돈 보따리를 싸들고 찾아가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란 빈정거림까지 팽배해 지고 있다.
로버트 세라노, 베리 르바인 등 다른 2명의 후보가 웨슨 전 의장을 상대로 선거전을 펼치고 있지만 “아주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전망이다. 일부는 웨슨 전 의장이 당선되는 것은 시간문제란 말까지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
공복(Public servant)을 뽑는 것이 선거라는 말도 있지만 선거는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것이다. 선거자금만 챙기는 웨슨 전 의장의 행보를 보면서 한인사회가 창출될 새 지역 정치 권력권에서 제외될 것이란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다.
김경원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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