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시각 2030
▶ 신항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국 사무소 소장
미국에 살고 있건 그렇지 않건 간에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국이다”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지표를 나타내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중요한 요소들에는 국방, 경제, 자원, 소비규모 등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것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도 미국을 세계 최강국이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이 모든 분야에 있어서 자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포지셔닝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국가 부채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은 2005년 7월 26일 현재 총 7.8조 달러의 국가 채무를 가지고 있는데 이 수치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으로 미국인 1인당 26,534달러의 채무를 의미한다.
2004년말 기준으로 약 203조원의 부채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 비해 약 40배의 부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채의 증가율인데 2004년 9월부터 하루에 약 16.4억 달러씩 미국의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국가 부채의 단순 비교가 한 나라의 경제의 펀더멘탈을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경제라는 것이 어떤 단순지표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언뜻 보기에 세계 최대의 부채국인 미국이 어떻게 동시에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 패권 국가의 필수 요소들인 국방, 경제, 자원, 소비규모 등을 조화롭게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위에서와 같은 가시적인 지표들 이외에 미국을 진정한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진정한 힘은 과연 무엇일까?
2003년 여름 이곳에 처음으로 정착할 무렵, 모든 이방인들이 그러하듯이 필자도 비자며 운전면허 드리고 소셜카드 등을 받기 위해 미국의 관공서들을 발로 뛰어 다녀야 했다. 그 무렵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선진국답지 않은 미국 행정 시스템의 원시성과 전근대성이었다. 이미 인터넷 등 전자 민원이 일반화 되어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대부분의 행정 업무를 직접 방문하여 처리해야 했고, 보조 수단으로서의 전화와 우편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 민원 사무실에서 서너 시간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였는데, ‘어떻게 이런 행정 시스템을 가지고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 되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국 같으면 고성이 오갔어도 여러 번 오갔을 상황에서도 이 나라 사람들은 그 시스템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원칙과 규율 앞에서는 누구나 예외 없이 그것을 준수하여야 하는 평범한 시민이 되는 것이다.
앨 고어 전 대통령 후보가 스피드로 교통위반 스티커를 발부 받았다는 TV 뉴스가 그리 어색하게 받아 들여지지 않는 것도 이러한 미국의 시스템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려 하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원칙과 질서가 강조되고 있으며 실제로 대다수의 국민들도 그에 걸 맞는 질서의식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치안의 마지노선인 파출소에서,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그리고 각종 민원 기관에서는 시스템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높은 언성들이 가십성 기사로 보도 되곤 한다.
필자가 보기에 미국을 세계 최고의 국가로 만든 가장 큰 힘은 국방, 경제, 자원, 소비규모 등의 가시적인 지표들이 아니라 기본을 중요시 하는 국가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또한 가장 중요시하는 미국인들 인 것이다.
신항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국 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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