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종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평소 역사책을 통해 접했던 사회 혁명이 의회와 법원, 언론, 그리고 거리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는 듯 하다.
19세기 중반 교회 중심으로 시작된 기독교 각성 운동이 사회 개혁을 불러 일으키고 궁극적으로 금주법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오늘날 보수 기독교 세력의 조용한 혁명은 2000년과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연방법원 및 대법원 구성에서부터 낙태권, 배아 줄기세포 연구 등을 둘러싼 사회 이슈는 물론 플로리다 식물인간 테리 샤이보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소셜시큐리티와 매디케어 재정위기, 국가 안보 등 중대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연방판사 지명과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논쟁이 워싱턴 정가의 논의를 독점하고 있는 것도 보수 기독교 세력의 정치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보수 기독교인들은 이같은 정치적 운동을 통해 진정한 기독교 정신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을까. 기독교는 두 얼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구약과 신약성서는 서로 상반되는 부분이 많다.
구약의 하나님은 노아의 홍수로 인류를 멸하시고 한 민족을 선택해 엄격한 율법을 요구한 ‘두려움과 떨림’의 여호와시다. 반면 신약의 하나님은 유대인 뿐 아니라 인류 구원을 위해 독생자를 보내신 ‘사랑의 하나님이다. 구약은 ‘눈에는 눈으로’라는 보복적인 정의를 가르치는 반면 신약은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매우 진보적인 사상을 띄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남부 침례교와 복음주의 교회가 주축을 이룬 보수 기독교 세력을 보면 오직 구약의 여호와를 진정한 하나님으로 모시는 것 같다. 특히 보수 기독교 세력이 모세의 십계명에 각별한 중점을 두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보수주의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나 폐하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며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 점 일 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고 한 말씀을 들어 구약의 율법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구절을 보면 예수가 율법 자체보다 율법의 완성을 강조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예수는 율법 중에 어느 계명이 크냐는 질문에 대해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했다. 사도 바울에 따르면 율법의 목적은 단순히 죄를 깨닫게 하는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법의 한 획에 치중하는 기독교 보수주의 해석은 옛날 노예제도 시대에 역사적 과오를 저지른 바 있다.
기독교내 한 세력이 특정 해석을 미국 전체에 강요하려는 마당에 기독교 내부에서 이에 대한 토론이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우정아
국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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