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8일 쿠웨이트의 우다이리 기지에서 미군 장병들에게 연설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장비 노후·복무연장 등 병사들 항의 빗발
쿠웨이트를 방문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8일 미군 기지에서 이라크 파병을 앞둔 병사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가 이들의 불평과 항의가 빗발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국방장관에 대한 병사들의 항의사태는 안전조치 미비를 이유로 이라크의 미군들이 석유수송 명령을 거부한 사건과 함께 미군들의 사기저하를 반영하는 사례로 풀이된다.
이날 캠프 부에링에서 장병들을 격려한 럼스펠드 장관과의 질의응답 차례가 오자 토머스 윌슨(31) 상병이라고 관등성명을 밝힌 사병은 개전 이래 2년 가까이 됐는데 여전히 차량 장갑판 공급이 달리는 이유를 따지며 “왜 우리들은 차량에 덧댈 고철 조각이나 못쓰는 방탄유리를 찾아 쓰레기장을 뒤져야 하느냐”고 비난했다.
그 순간 연설장에 집합한 약 2,300명의 병사들 사이에서 공감의 환성과 함께 우렁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당황한 럼스펠드 장관이 머뭇거리며 윌슨 상병에게 질문을 반복할 것을 요청하자 윌슨 상병은 “우리에겐 제대로 된 장갑차량이 없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에 럼스펠드 장관은 장갑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생명을 지켜주는 것은 아니라고 어설픈 해명을 시도했다.
이어 한 병사가 현역 부대의 경우 주방위군이나 예비군 부대보다 더 나은 장비를 지급 받는다며 차별대우에 대해 항의했고 또 다른 병사는 복무기한이 끝난 병사들을 잡아두는 강제 복무연장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복무연장이 전시엔 당연한 이치라며 군인은 현재의 주어진 여건에서 전쟁에 임하는 것이지 희망하는 바를 다 얻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병들의 노골적인 항의에 혼쭐난 럼스펠드 장관은 이들에게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에 신경 쓰지 말고 저항세력과의 의지력 시험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하는 것으로 질의응답을 서둘러 마쳤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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