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두 <게이더스버그, MD>
살같이 빠른 광음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이민생활 20여 년이 마치 황량의 일취지몽 처럼 덧없이 지나, 팔십 나이에 연착륙한 지도 벌써 두세 해가 지났다.
이 지역 이민사회의 큰 어른이셨던 최제창 박사는 백수를 한 해 앞두고 지난 5월 타계하셨는데, 그 얼마 전까지 18홀을 거뜬히 라운딩 했을 뿐 아니라 이민 100주년 기념 한미의학사를 집필한 열정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또 세기의 여인 송미령 여사는 작년 10월에 105세를 일기로 뉴욕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러한 고령은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연수였다. 초등학교 시절 고향 신의주에서 형은 변호사요 아우는 내과의사였던 형제가 자신들의 부친 고희 때 효의 징표로 동녀를 제공, 수종케 했는데 그 이듬해 옥동자를 얻게 되어 큰 화젯거리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인간의 몸은 60세가 넘으면 점차 노안, 난청 등 노화현상이 활발히 표면화된다고 한다. 경제대국이자 지구상 최장수국임을 자랑하는 일본이 작금에 노인 인구의 급속한 팽창에 따라 국가 재정에 크게 압박을 받고 있으며 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법률 용어에 노인이라는 단어 대신 고령자라고 쓰고 있는데 이는 노인을 존중하는 사회풍조를 의미하는 듯하다.
원래 한자인 노(老)의 의미는 老弱, 老眼, 老醜, 老廢, 老頭兒 등 좋지 않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설국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다 야스나리는 자살 예찬론자이었으며,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데는 아마 노추로부터 오는 고적감을 끝내 감내치 못했음이라.
그러나 중국에서 쓰여지는 노의 의미는 대부분 나쁜 인상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長老, 大老, 中老라는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쓰였다. 내가 해방 전 두 해 동안을 중국에서 보냈는데 농민들과의 관계를 수어지간 임을 강조 老百姓이라고 존경하는 호칭을 경험했다. 우리가 사는 미국 땅에서도 노인을 Senior Citizen 또는 The elderly라 하지 않는가.
오늘날 지구 온난화 현상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로 노화대책이 등장했는데 우리나라의 고령화 대책의 효시는 아마도 고려장인 듯 싶다. 노부모를 깊은 산 속에 버리고 돌아서는 자식의 가슴은 얼마나 미어졌을까. 일본에서도 부모가 칠십이 되면 노부모 버리기란 폐습이 만연하였다 하니, 이는 농경사회의 공통의 비극이었지만 지역 사회 전체의 붕괴를 지지하였다는 역설적인 면도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때로 풍요로움 속에서 가해지는 노인에 대한 정신적 학대라는 현대판 고려장을 전해 들으면서 놀라움과 함께 깊은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예비 고령자에게 노파심에서 당부하고자 하는 말은 힘이 있을 때 열심히 근검 절약하여 스스로의 경제력 또는 전문직종에서 노후를 위한 대비를 해야됨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또 금년에 92세가 된 유명 내과의사는 후보 고령자들에게 이렇게 권면했다. 첫째로 사랑을 주고받고, 둘째는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고, 셋째는 인내하라는 것이었다. 특히 그는 60세에 유태인 철학자 마친 부머의 ‘숨겨진 신’이라는 책을 읽고 ‘사람이 새로이 시작하는 것을 잊지 아니하면 언제까지나 젊고 또한 늙지 않는다’라는 구절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인생은 팔십부터라고 즐겨 말했고, 한국의 노 정객은 서쪽 저녁 하늘이 벌겋게 물든다 라고 했는데, 모색이 창연한 인생길에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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