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쌀이 주식이니 당연한 셈이지만, 우리 정서와 문화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식사 하셨습니까’라며 안부를 묻고, ‘밥 굶지 말고 다녀라’며 격려하고, ‘밥 한번 먹자’며 관계를 이어간다. 실제 많이 먹기도 한다. 연간 1인당 쌀소비량은 지난해 55.8㎏로 베트남·태국·중국·인도·필리핀에 이어 세계 6위다. 1970년 최고치(136.4㎏)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한 게 이 정도다.
■단백질 섭취가 쉽지 않던 과거에는 ‘밥심’이 더 중요했다. 실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1741년)에는 “하루에 쌀 한 되(약 1.3㎏)를 먹는다”는 기록이 있다. 요즘으로 따지면 하루 밥 20 공기를 먹은 셈이다. 영국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1898년 쓴 기행문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에 “한 끼에 3, 4인분을 먹는다”고 적었다. 샤를 다브뤼 주교는 ‘한국 교회 역사’(1874년)에서 조선을 대식가의 나라로 묘사하며 “조선에선 많이 먹는 것이 명예”라고 썼다.
■예나 지금이나 쌀 문제는 중요하고도 민감한 정책 과제다. 쌀값이 떨어지면 농민 생계가 위협받고 농업 기반이 흔들린다. 쌀값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경제에 부담을 준다. 식량안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쌀 자급 필요성은 더 커졌다. 2015년 쌀 시장을 완전 개방하고도 세계무역기구가 정한 저율관세할당(TRQ)제를 적용해 매년 의무 수입량 40만톤만 들여오는 까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식가의 나라 한국에 쌀을 팔고 싶어한다. TRQ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상호관세로 압박한다. 미국은 한 해 생산량(973만톤)의 거의 절반을 수출하는데도 공급 과잉이 심각하다. 싼값에 수출해 놓고 비싼 가격으로 223만톤을 수입한다.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원인이다. 최근 미 보건단체(HBBF) 보고서에 따르면 시판되는 145개 미국산 쌀 모두에서 비소가 검출됐고, 그중 4분의 1은 미 식품의약품안전청 기준치(100ppb)를 초과했다. 트럼프는 일본을 겨냥해 “미국산 쌀은 수입하지 않으려 한다”며 맹공을 퍼붓고, 관세로 압박했다. 우리에게 닥쳐올 앞날이다.                
               
                
<이동현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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