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한 상황에서 자녀 교육에 열심을
방학 2달 동안 방에 콕 박혀 있기를 한달, 결국 친구의 꼬임에 빠져 진짜로 태국의 수도 방콕에 다녀왔다. 친구의 남편이 1년 전 태국의 한 회사로 지원을 나가 올 겨울에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번 다녀가라는 그녀의 말에 한국에 있는 친구와 방콕에서 셋이서 만나 반가운 해후를 했다. 그 친구의 아들은 중학교 2학년 때 태국으로 가서 올 겨울에 한국에 나가 고등학교를 배정 받는다며 친구들보다 1년을 늦게 들어가는 데도 친구는 느긋한 표정이다.
친구의 아들 M은 중학교 때는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았고 친구는 그 흔한 과외나 학원을 보낸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남들 다하는데 하면서 불안해하지도 조바심도 내지 않은 강심장의 엄마였다.
태국으로 갈 결정을 할 당시 남편은 진급에서 누락함으로 많이 힘들어했고 아들은 성적이 하위권이니 일년 반 동안 가족이 외국에 나갔다 와서 뒤쳐질 생각은 뒤로하고 친구는 이번이야말로 가족이 휴식을 취할 상황이라면서 일년 반 동안의 느린 삶을 택했다.
친구의 가족이 그동안 태국에서 느린 삶을 살면서 무엇이 그들을 위로하고 무엇으로 가득 채웠는지 친구 가족은 모두가 건강해 보였으며 열대 과일 두리안이나 망고스틴처럼 겉모습은 투박해 보였으나 속은 과즙으로 풍부하고 알차며 향이 진한 모습이었다.
태국에서도 한국인의 교육 열기는 대단해서 좋은 학교는 한국 아이들로 꽉 차 있어 도무지 한국인지 태국인지 분간이 안 간다며 친구는 작은 사립학교의 학교 운영이 탄탄한 이름이 없는 학교를 골라 아침에는 택시를 태워 등교를 시켰다.
친구 아들 M은 이번 여름에 영국으로 서머스쿨을 다녀왔다. 내가 갔을 당시 영국에서 돌아와 채 여독이 풀리기도 전이었다. 열대과일을 식탁 가득 펼쳐놓고 하나씩 맛을 보며 M과 이런 저런 태국 얘기로 시작을 해서 M은 영국에서의 한 달이 꿀맛이었다며 술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M은 한국에서도 공부를 잘 못했으니 태국에 1년 반을 살다 가면 다른 친구들보다 뒤쳐질 생각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영국에 갔다와서 자신감을 가졌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한다. 한국에서 전교에서 4등한 아이도 와서 같이 합류를 했는데 그 아이는 시험은 잘 보는데 다른 건 못해 결국 초급반으로 내려갔다는 둥 자신은 상급반이었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짐짓 어깨를 으쓱거린다.
자신이 한국에서 온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겨뤄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던지 영국에 가서는 못하는 영어지만 큰소리로 했더니 자신의 영어를 다 알아들었다며 이젠 영어에 자신이 붙었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붙은 자신감으로 학생들과 어떻게 어울렸는지 그렇게 소심해 보이던 M이 거기 가서는 리더십상까지 받았다며 친구는 언제 상장을 가져 오느냐며 한술 더 뜬다.
이젠 좀더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M의 말에 그동안 부모가 보이지 않게 노력한 수고가, 오랜 말없는 기다림이 이렇게 하나씩 열매를 맺어가고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자녀 걱정, 남편의 직장 문제 등으로 갈수록 소진되어 빈 껍데기뿐일 것 같은 친구의 삶에 난 또 별 수 없이 칭찬을 격려를 많이 해 주었다. 내가 할 일이란 그저 그 친구가 살아온 삶을 인정해 주고 그동안 그녀가 유지해 온 나름의 자녀 교육방법이 그녀에겐 최상이었음을 알아주고 또 인정해 주면서 같이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이곳 미국에서 열심히 사시는 부모님들의 다양한 삶의 방향이 자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자녀들도 가족의 중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족의 한 부분임을 말하고 싶다. 부모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삶을 살든 그것은 분명 부모 자신의 몫이며 부모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열심히 그리고 자신 있게 자녀 교육에 힘쓰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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