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파라오 아크나톤은 유일신을 신봉하는 종교를 처음 창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금부터 3,300년 전 다신교를 믿던 이집트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결심하고 태양신 아톤을 제외한 모든 신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반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아예 수도를 테베에서 아케타톤으로 옮겼다.
그러나 그의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의 사후 강압적인 그의 정책에 억눌려 있던 지배층은 반란을 일으켜 수도를 원위치 시키고 아톤은 물론 그의 이름까지 모든 기록에서 삭제해 버렸다. 그는 일찍이 국민적 합의가 없는 천도와 개혁은 실패하기 쉽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역사적으로 천도는 나라가 망하고 새 국가가 들어섰을 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럴 때는 나라를 망친 세력을 없애고 새 지배층에게 새 나라를 맡긴다는 명분과 실리가 있기 때문에 수도를 옮기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
그러나 아크나톤의 교훈에도 불구, 평화시 천도를 강행하는 일이 그치지 않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브라질리아다. 브라질은 인구 과밀 해소와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명분으로 걸고 허허벌판이었던 곳에 신 수도를 건설했다. 그러나 이 도시를 짓는데 들어간 천문학적 비용 때문에 브라질은 외채를 갚느라 허덕이며 수십 년을 허송했다.
90년대 말 말레이시아는 첨단 신 수도 푸트라자야를 짓다가 국고를 탕진, 외환 위기를 악화시켰고 1981년 공사에 들어간 나이지리아의 새 수도 아부자는 아직도 미완성인 채 남아 있다. 1911년 시작된 호주의 새 수도인 캔버라 공사는 그후 70년 동안 계속됐다.
물론 인공적으로 세워진 수도가 모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에 이어 3번째 미국의 수도가 된 워싱턴 DC는 포토맥 강변 늪지대에 세워진 인공 도시다.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이 프랑스 건축가 피에르 샤를르-랑팡에게 위촉해 100년 앞을 내다보고 설계한 이 도시는 지금 넓은 대로 웅장한 건물, 공원과 숲에 둘러싸인 쾌적한 곳이나 이곳이 사람이 살만하게 자리잡는데는 착공 후 수십 년이 걸렸다.
피터 대제가 무자비하게 주민과 귀족을 강제 이주시켜 만든 러시아의 수도 산트 페테르스부르크도 아름다운 문화도시의 하나로 손꼽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엄청난 인적 물적 희생이 뒤따랐다.
인공 수도 건설은 거의 예외 없이 애초 예상보다 많은 돈과 시간이 든다. 노무현 정부는 신수도 건설에 450억 달러를 투입, 2007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불과 5년 후 입주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이는 턱없이 낙관적인 숫자다. 국민적 합의와 원대한 계획이 없이 인공 수도를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한국 정부가 지금이라도 깨닫기 바란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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