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전 워싱턴 한인세탁협 회장>
본인은 76년부터 79년까지 3년 동안 미군으로 복무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따라서 7월 4일과 메모리얼 데이, 베테란스 데이에는 성조기를 집 앞에 내건다.
김선일 씨의 죽음은 안타까운 것이었으며 또한 애통해 하는 가족들은 마음의 평온을 찾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지난 5월 29일 이라크 안바 지역을 순찰 중이던 이범렬 상병은 이라크인들이 쏜 총격을 받고 치료 중 6월2일 순직했다. 그의 나이 21살이었으며 서니베일 캘리포니아에는 그의 부모와 가족들이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하며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이 나라의 훌륭한 해병대 병사로서, 먼 이국 땅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그를 추모한다. 해병대의 모토인 ‘Always Faithful’, 그는 ‘영원한 해병’이었다.
한가지 착잡한 심정은 그에 대해서 미주 한인 언론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미 주류 신문인 워싱턴 포스트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하였고 7월6일자는 그의 사진과 신상을 다시 한번 내셔널 뉴스 면에 냈다. 반면 한국계 미국인들과는 별 큰 관계가 없는 김선일 씨 기사는 거의 매일 미주판 한국 언론에 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가 참수 당하는 모습은 인간 존중의 차원에서 국경과 종교를 떠나 규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 생각되는 것은 이곳에 사는 한인들이 고국의 김선일 씨의 죽음에 더욱 관심이 있고 현재까지 860명에 달하는 미군 사망자들에게는 별반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더더욱 김선일 씨는 한국 군인도 아니지 않은가. 불과 한달 전 미국 시민이 이라크에서 같은 방식으로 참수 당했을 때 마치 한인들과는 무관하며 흥미로운 내용 정도로 접하는 것을 보았다. 그 또한 귀중한 목숨이었으며 참수 당하는 모습은 참으로 잔인 무도하였다.
뿐인가. 여러 명의 미군들이 이라크인들에게 불태워져서 다리에 매달려 있는 것을 이라크인들이 돌 던지고 축제를 벌이는 것을 보았다. 한국 병사들이 그러한 죽음을 당했다면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한국 뉴스나 한국 정치에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곳의 뉴스나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으며 또한 자손들이 앞으로 살아가야할 이 나라에 대하여 이웃인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860명의 젊은 미국인들이 이 나라를 위하여 먼 이라크에서 죽었음에도 한인들의 반응은 부시의 전쟁, 한인들과는 상관이 없는 전쟁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곳에 사는 한인들은 대부분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들이다. 시민권자는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시민권 선서를 해야 한다. ‘미국 헌법을 수호하며, 미국을 수호하며, 미국 이외의 어느 나라에도 충성치 않겠다’는 것이 선서의 주요 내용이다. 또한 영주권자들 역시 말 그대로 ‘Permanant Residency’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즉 잠시 왔다가 돌아가는 것이 아닌 영구적으로 주거하기 위하여 온 것이다. 그러함에도 미주 한인들 관심이 이범렬 씨 보다 김선일 씨에게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가 빨리 버려야 할 것 중 하나가 한국에 대한 선망, 노스탤지아, 이민 보따리 멘탈리티이다. 19세기 후반, 20세기 초 유럽 유태인들이 미국에 이주하여 놀랍도록 성공한 이유 중에 하나가 돌아갈 나라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선일 씨 얘기는 그만 하자. 우리들의 아들 딸 형제들인 미군병사들이 어떻게 이라크에서 지내고 있는지, 어떻게 이 나라를 더욱 지키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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