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 거리선교회 대표
김선일씨는 결국 테러리스트에 의해 참수되었다.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아무래도 이라크전은 잘못된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전쟁의 명분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전쟁을 시작한 이유는 이라크에 감춰진 대량살상무기 때문이었고 9.11 사태를 야기한 알 카에다의 연계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으며 테러는 이라크 전쟁 전보다 2배로 늘었다고 한다.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이제 테러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일이 되었다. 김선일씨의 죽음이 미치는 파장이 큰 것은 그의 죽음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꿈은 기독교 선교사였다. 90년도부터 인생의 목표를 이슬람권 선교쪽으로 정했고 신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 외국어대학 아랍어과에 진학했다.
지난해에 ‘가나무역’을 통해 이라크로가 아랍어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면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면서 이라크에서 현지인들이 당하는 고통을 직접 목격했다. 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전자 메일에는 부시의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고 한다. 그는 고통 당하는 이라크인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24세된 이라크 여인과 결혼해 평생 이슬람 국가에 살고자 했다. 그런 그가 이라크인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이 그런 것을 알 리가 없다. 결국 그들은 자기들을 사랑한 사람을 처참하게 죽인 것이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살기를 원했다. 그가 자기를 죽이려는 원수들에게 목숨을 구걸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기독교 신앙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기가 원치 않는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그렇게 처절한 절규를 했던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를 처형한 사람들에게 “저들은 지금 자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니 저들을 용서해 달라”고 하면서 끝까지 자기를 죽이는 원수를 사랑했던 것처럼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헛되지 않은 것처럼 분명 그의 죽음도 헛되지 않다. 그의 죽음이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야 한다”식의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면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할 것이다. 구약성서의 모세 오경에 나와 있는 이 말은 특히 중동에서 보복전쟁을 할 때 자주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다. 그러나 이 말은 보복은 하되 반드시 상대방이 나에게 피해를 주는 만큼만 하라는 뜻이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아 그 아픔이 컸지만 미국을 공격한 사람들을 잡기 위해 수많은 이슬람권의 민간인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기의 부모, 자식, 형제, 자매가 죽어 가는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얼마나 복수의 칼을 갈았겠는가. 우리는 김선일씨의 죽음을 분노하고 아파했다. 우리가 당한 이 아픔을 통해 미국인이 당하는 아픔은 물론 이라크인들이 당하는 아픔까지 이해하고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수는 말했다. “악한 자를 대적치 말라, 네 원수를 사랑하라.” 보복은 보복을 낳고 피는 피를 부른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곧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것이다. 전쟁만이 이 나라를 안전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테러는 결국 목적을 이룰 수 없으며 가장 비겁한 행위이며 어떤 경우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았으면 한다.
한 알의 씨알이 죽어야 열매를 맺듯이 김선일씨의 죽음을 통해 이라크에 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피어나기 바라며 이라크 전을 통해 죽은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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