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교 <의사 .리치몬드, VA>
음악을 듣고 감동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인이다. 한국일보 미주 본사 창간 35주년 기념으로 열린 대전 시립교향악단의 볼티모어 방문 공연은 워싱턴 근역의 동포들에게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지역 교향악단의 연주를 간혹 듣기는 하지만 멀리 고국에서 동포를 위로 차 온 것 같은 이들의 방문은 많은 동포들의 감격과 감동을 가져올 것이 자명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창단 20주년을 맞는 전 시립교향악단은 창단 이래 700여 회의 역동적이고 시민과 함께 하는 살아있는 즐거운 오케스트라로 알려져 있는데 현 상임 지휘자 함신익 씨를 영입하여 열정적이고 혁신적인 도전으로 한국 정상의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한다.
대전은 이제 명실공히 주요 정부 청사가 이미 이전해 있고 한국의 중심 도시로 급성장해 한강의 기적과 더불어 대덕의 기적을 이루고 있다. 역사적으로나 현실적 위치로 보나 문화의 중심이 될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별히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세계적인 바이올린 독주자 강동석 씨다. 내가 롱아일랜드 대학원의 마지막 학기에 어린 소년인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인근 부호의 집 청소부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나는 갑자기 일을 잃고 갈 곳이 없었는데 강군 집안의 호의로 그 집 다락방을 비워준 것이다. 그는 말이 없고 밥 먹는 시간외에는 바이올린을 켰다. 그의 왼쪽 턱 아래 시퍼런 멍이 그의 정열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때 줄리아드에 재학하면서 그는 갈레미 안 선생 수제자가 되어 있었다. 아마도 그때 어여쁜 소녀 바이올리니스트를 본적이 있는데 그가 지금 유명한 김남윤 교수임에 틀림이 없다.
부산 시향의 초대 멤버이신 신 선생과 그분의 조카 중학생 바이올린이스트와 우리 셋은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95국도를 4시간 달려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도착했고 옷맵시를 고치고 몇 번이고 나의 비퍼가 소리를 내지 않도록 확인하자 조상욱 씨의 ‘옛날 옛적에’가 오케스트라의 곱고 부드러운 선율을 타고 깊은 곳 나의 외로움을 달래 준다.
강동석 씨는 연미복에 조금 긴 머리에 예나 다름없이 고요한 자세에 부르흐의 협주곡 1번 1악장을 무겁고도 근엄하게 시작해서 점차로 강렬한 전율을 자아내는 온 몸에 불꽃이 이는 정열을, 2악장과 3악장에서는 더욱더 높고 깊은 감정의 계곡으로 나를 이끌어 갔다. 간혹 피비에스로 나는 강동석 씨의 연주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의 음악세계를 한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3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서 내가 좋아하는 차이콥스키를 대전 시향의 연주로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신이 나는 일인가. 특히 독창적이고 열정적이며 가는 손이 나비처럼 사뿐히 움직여 가는 지휘자 함신익 씨. 교향곡 5번 전체가 어쩌면 나의 일생을 그려 주지나 않나 나는 눈이 둥그래져 있었다. 나는 음악이 말하는 나의 운명에 상심하고 있었고, 신의 은혜를 마음속에 울려 퍼지는 소리로 듣고 싶었다. 함신익 씨는 쓰러질 듯, 그는 마지막 장에서 몸을 기대었다. 박수 소리는 심포니 홀을 넘치고 넘쳐 났다.
집에 돌아오니 밤 1시가 넘어 있었다. 아직도 나의 음악에 대한 사랑을 다 채우지 못한다. 밖에는 어둠 속으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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