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목사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전쟁 때문에 이라크에 다녀온 친구를 만났다. 1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는데 그 기간 자신의 안전 보다 가족을 내내 걱정했다고 한다. 역시 가족들은 남편과 아빠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했을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가족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부모들은 낳은 자식들이 사이좋게 지낼 것을 바라고 있지만 미국까지 와서 원수처럼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인타운에는 아주 어려운 형편에 처한 사람들이 종종 있다.
대부분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 마땅히 가까이 살고 있는 식구들이 도와주어야 하는데 나 몰라라 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 구성원을 살펴보면 아버지는 같지만 엄마가 다른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이가 나쁜 것을 따지고 보면 부모 탓일 수도 있지만 낳아주신 분이 다르다고 원수처럼 지내는 식구들도 문제이다.
이스라엘과 아랍의 여러 나라들이 서로 원수처럼 지내는 것은 한 가정에서 시작된 갈등에서 기인된다 하겠다. 원래 이들의 조상은 같은 아브라함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본처 사라의 여종 하갈을 취하여 이스마엘이란 아들을 낳게 된 후부터 불행은 시작되었다.
하갈은 사라와의 갈등으로 아브라함의 집에서 이스마엘과 함께 쫓겨난다. 이스마엘은 훗날 큰 민족을 이루게 되는데 현재 아랍 사람들이다. 그 후 사라의 몸에서 아들이 태어나는데 그가 바로 이삭이다. 이삭의 자손들이 현재 이스라엘 사람들이다.
아버지는 같지만 엄마가 다른 이들의 싸움은 이때부터 계속되었고 이스라엘과 친한 나라들과 아랍과 친한 나라들이 이해관계로 양분되어 그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아브라함 가정의 갈등이 세월이 흘러 민족간의 갈등으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방영되는 ‘백 만 송이 장미’라는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의 주제는 가족이다. 아버지와 엄마가 다른 형제가 재혼한 부모 밑에서 겪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또한 자기 엄마를 사고로 죽인 원수의 딸과 결혼하는 과정에서 많은 반대와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서와 화해를 그린 드라마이다.
낳기만 한 부모 보다 길러준 부모의 사랑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같아야 만 가족이 아니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면 얼마든지 좋은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드리마 이다.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전쟁에 다녀온 친구는 지금 이라크는 폭탄이 어느 곳이건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한다.
LA에 와 보니 너무 평온하다고 하면서 전쟁이 그리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임을 말해 주었다.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이 13만이 넘으며 800명 이상이 죽었고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 미국이 전쟁의 정당성을 찾지 못하자 인권을 위해 전쟁을 벌였다고 하지만 포로학대로 점점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기독교인들은 모두들 우리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자손이라 한다. 유대인들도 아랍인들도 모두 아브라함의 후손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한 가족들이다.
다른 것만 찾지 말고 같은 것을 찾아보면 관계가 좀더 좋아 질 수 있지 않겠는가. 가족이란 피를 나눈 식구들만이 아니라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그 사람이 나의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라” 는 예수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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