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본사 주필>
미군의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으로 유명해진 여성이 있다. 여군 린디 잉글랜드 일병이다. 담배를 입에 물고 벌거벗은 이라크 포로들의 성기를 손으로 가르키는 그녀의 포즈는 어글리 아메리칸의 상징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그녀는 과연 악녀인가.
사건이 터진후 린디일병의 가족들이 회견을 자청했다. 린디는 결코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성격이 좀 괄괄하기는 하지만 마음 착하고, 꿈이 있었고, 강한 정신력을 지녔고, 더구나 군을 자원한 동기가 대학진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였다고 그의 언니는 설명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린디일병은 고향인 웨스트 버지니아 미네럴카운티에서 영웅으로 간주 되었었다. 가냘픈 여성의 몸으로 험하기 이를데없는 이라크전선에서 복무하고 있었으니 영웅으로 받들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다가 린디일병의 일그러진 모습이 TV에 비치자 카운티 청사입구에 걸려있던 그의 사진이 당장 철거 되었다. 집안의 자랑이던 그녀가 하루아침사이 집안의 수치로 급전직하 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알수없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린디에게 그런 야성적인면이 있는줄은 친구들도 몰랐던 것 같다. 린디는 얼마전 TV에 나와 자신이 취한 행동은 당시 분위기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며 자신은 환경의 희생자라고 변명했다. 원칙없이 환경에 적응 잘하는 사람들의 취약점이 바로 이것이다. 서풍이 불면 서쪽으로, 동풍이 불면 동쪽으로 쏠리다가 어느날 불행의 문턱을 훌쩍 넘게된다.
사람속은 왜 알수 없는가. 들여다 볼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술이 발달했어도 사람마음을 촬영할 수 있는 X레이는 아직 발명된 것이 없다. 그래서 사람볼줄 아는 눈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능력으로 꼽히는 것이다. 특히 결혼에서는 이와같은 혜안을 갖는 것이 자신의 운명과 직결된다.
공자는 현인에 속한다. 그가 사위를 고를 때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공자는 살인죄 혐의로 감옥에 갇혀있는 공야장이라는 죄수를 사위감으로 선택했다. 공야장은 새들이 사람시체를 쪼아 먹고있는 것을 보고 관아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살인범 누명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그러나 공자는 “감옥에 있다고 죄인은 아니다. 죄를 지어야 죄인이다”면서 사위선택 결정을 철회하지 않았다. 결국 공야장은 무죄가 입증되어 풀려났다. 위의 이야기는 지난해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동성 곡부를 방문했을 때 들은 것이다. 사람보고 딸주어야 한다는 것을 공자는 몸으로 실천해 보였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배우자 고를 때 지나치게 학벌이나 직장을 따지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의 대통령 자녀들과 결혼한 당사자들이 그후 왜 가정파탄을 겪었는가 살펴보면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을 시아버지나 장인으로 가진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다는데 세상의 공평함이 있다. 권력이나 재산은 변한다. 가변성 환경이다. 가변성에 투자하는 것은 모험이다. 요즘처럼 한국에서 정치인이나 재벌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는 풍토에서는 돈이나 권력있는 집안과 사돈을 맺어 불행해진 사람들을 자주 본다.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됨됨이 뿐이다. 사람보고 결혼해야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혼에서 사람 하나만 보고 시집간 여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환경만 보고 결혼한 경우 주어진 조건에 변화가 일어날가봐 항상 불안하다. 배우자선택에서 인간을 믿는 것 이상의 보석이 또 어디 있을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