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옥/수필가· 엔지니어
“우리 아버지께서 10달러를 추가로 받으라고 하십니다.”
생일선물로 받은 손목시계 줄을 줄이기 위해 동네 보석상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이틀 전에 남편이 그 곳에서 줄여 왔는데, 그래도 조금 헐렁해 내가 직접 들렀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곳이어서 처음 간 그 가게는 꽤 넓은 공간에 진열장들이 여럿 품위 있게 들어서 있어 보석상의 품격을 갖추고 있었다. 단정한 젊은이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맞아주었다. 손목시계를 보이니 엊그저께 줄여간 것을 기억한다고 했다. 조금 더 줄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다.
이틀 전에 남편이 15달러를 냈다고 했을 때 ‘그렇게 많이?’ 하고 놀랐던 나였기에 이번에는 당연히 서비스로 해 줄 것으로 생각했고, 그 젊은이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잠깐 기다리라며 내게 시계를 받아 가더니 곧바로 되돌아와서는 10달러를 더 내라는 것이었다. 수선을 담당한 기술자인 아버지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할 말을 잃고 있자 젊은이는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이틀 전에 줄였어도 다시 아버지의 손이 가야 하므로 응당 그 노동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주변이 없는 나는 “실망이네요”라고 말하고 시계를 되돌려 받아 보석상을 나왔다. 푼돈을 취급하는 시계수리점도 아니고 고급 보석을 취급하는 가게에서 10달러 때문에 고객이 기분이 상해 되돌아나가게 한 그 가게 주인이 안타까웠다.
샤핑센터 안에 있는 대형 보석상이나, 백화점 내의 보석상으로 갈 손님을 자신의 가게로 유치하려면 무언가 확실히 다른 점이 있어야 하고, 그것은 다름 아닌 서비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그 일이 있은지 며칠 후 역시 개업한 지 얼마 안된 동네 설렁탕 집에서의 일이다. 전화로 두 그릇을 주문하고 찾으러 가니 종업원이 문제가 생겼다며, 잠시 기다려달라 하고는 주방으로 갔다.
곧 주인 내외가 함께 주방에서 나와 사과를 하며 설렁탕이 안 된다고 했다. 그 이유인즉 국물이 아직 90% 농도밖에 안 돼 팔 수가 없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괜찮으니 달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할 수 없이 육개장으로 바꾸어 주문을 하고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려니 종업원이 호박죽을 내왔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종업원은 색깔도 고운, 따끈한 호박죽 한 보시기와 숟갈을 얌전히 테이블에 놓아 주었다.
호박죽을 맛있게 먹으며 실내를 둘러보니 주인의 프로정신이 이 곳 저 곳에 엿보였다. 셀프서비스로 준비되어 있는 커피 맛도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던킨 도넛 가게의 커피 못지 않았다. 주인의 프로정신은 서비스 커피에도 배어 있었다. 그 경험담을 들은 내 친구와 지인들은 모두 그 설렁탕 집을 찾게 되었다.
살다 보면 하나 더 하기 하나가 꼭 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나 빼기 하나가 꼭 영도 아니라는 걸 경험한다. 보석상 주인이 10달러를 더 받으려다 손님을 되돌려보낸 것이 어찌 단돈 10달러 못 벌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설렁탕집 주인이 15달러 매상을 올리느라 4달러 상당의 무료 서비스를 한 것을 4달러 손해본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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