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연예협회 캘리포니아 성지종 지부장
사단법인 한국연예협회 캘리포니아 지부장 성지종
고추장 가공 기술자로 이민
가요무대에 2회 출연한 북가주 출신 연예인
“이민생활 중 가장 견디기 힘들 때는 일이 없을 때였지요.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사무실에서 안절부
절 하고...”.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열정과 즐거움이 얼굴에 가득한 성지종씨(69)가 이민초창기의 힘들었던 시절을 회고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연예협회 캘리포니아 지부장을 맡고 있는 성씨는 ‘고추장 가공 기술자’라는 특이한 이름으로 취업비자를 받아 1978년에 미국으로 왔다. 당시 치코 근처의 올랜드에서 목장을 하던 독일계 슈나이더씨가 고추장 가공 공장을 짓기로 하고 성씨와 일가족을 초청했다. 당시 성씨의 급료는 숙식제공에 한 달에 300달러. 그러나 과수원을 불도저로 밀고 개간한 땅에 심은 양파가 잡초 때문에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성씨는 인근의 올랜도 목장에서 젖을 짜는 일을 맡았다. 새벽5시부터 밤 10시까지 축사에서 소와 씨름하고 나면 밀려오는 건 피로와 잠뿐이었다. 성씨는 창고에 몰래 감춰놓았던 위스키 한잔을 마시며 부인 몰래 울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생후 6개월이던 막내의 자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고 아침에 일을 하러 가곤 했다.
이렇게 9개월가량 힘들게 지내던 성씨는 산호세가 ‘기회의 땅’이란 얘기를 듣고 1975년 산호세로 단돈 1,000달러를 손에 쥐고 이주한다. 처음에 성씨가 잡은 일자리는 게임 기구를 만드는 회사에서 납땜일. 그러나 이것도 아파트 렌트비에 생활비를 내기엔 빠듯했다. 그러던 중 용접을 배우면 돈을 번다는 얘기를 접한 성씨는 용접회사에 들어
간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용접기술은 가르쳐주지 않고 그라인딩만 시켜 밤에 집에 가면 쇳가루가 온몸에서 떨어지고 잠을 잘 때면 손을 부르르 떨기도 했다고 한다. 회사측에 통사정한 끝에 성씨는 용접 기술을 배우게 되고 선반, 밀링머신 등 당시 그 공장에 있던 모든 기기를 단 6개월만에 섭렵한다. 1년만에 회사의 인정을 받아 한달동안의 유급휴가를 받고 4000불을 들고 그립던 한국에 방문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부자가 되었을 것이란 가족들의 기대감에 실망을 느끼고 그로부터 15년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이후 10년간 성씨는 용접분야에서 회사의 인정을 받아 당시 회사에서 가장 많은 봉급을 받는 엔지니어로 지낸다.
그러나 거래처로부터 일감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헤이워드에 개인회사를 차린 성씨에게 일감은 돌아오지 않았다. 일은 잘하지만 사업수완이 없었던 것이 이유였다. 수입이 없어진지 3년째 성씨는 오전근무를 마치고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 샌프란시스코의 51부두에서 항공모함 수리 회사에 다닌다. 성씨는 “일이 없었던 이 3년이 내 생애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라며 “밤 12시에 일을 마치고 베이브릿지를 넘어 오는 길에 소리 내어 울며 목놓아 노래를 불렀지요”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듯이 일본인이 경영하던 로보트 시스템회사로부터 일감을 받게 된다. 대규모 로보트 시스템의 프레임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5개월 만에 일감이 밀려 사무실을 확장했다.
성씨는 “지금까지도 유명한 컴퓨터 칩 세정 시스템 회사인 IONICS라는 회사의 톰 사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일이 가장 기뻤다”고 말한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노래실력이 뛰어났던 성씨는 은퇴후 고향 후배의 도움으로 음반을 냈다. 성씨는 “가장 어려울 때 노래로 마음을 달랬다”며 “노래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성씨의 히트곡으로는 이민 시절을 회고하는 ‘추억의 금문교’, ‘이민의 한’ 등이 있으며 한국의 가요무대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산타클라라 컨벤션 센터에서 한국연예협회 캘리포니아 지부 주최로 ‘제 1회 한국연예예술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400여명이 넘는 관객들과 함께 고향의 정을 달래기도 했다.
성씨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주위의 냉대도 많았지만 도와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나더라”며 “지역 한인들에게 활력을 심어주고 정이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나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가을 치러질 2회 행사를 위해 성씨는 벌써부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유호곤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