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남 <민족문제연구소>
미 대통령이 바뀌면 한나라의 통상적 정치변화는 국제정치에 일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에 맞물려 세계적 전기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 전기의 핵심적 부분은 전후 50년간 국제관계를 지배해온 동서 냉전구조의 구축 움직임이다. 이 변화는 세계를 이념적으로 양분해놓고 서방세계에 대한 미국의 압도적 영향력을 기정사실로 만들었던 지금까지의 형세를 바꾸고 있으며 이처럼 변화하고 있는 세계에서 미국의 새로운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번 미국 대선에 새로운 해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때문에 미 국민들은 당면한 역사적 전환기에 대해 그 방향설정을 정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국내의 문제만을 놓고 후보 중 한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다음 행정부는 과거의 정책 전통적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성찰하고 그 바탕 위에서 앞으로 전개될 남북한 관계, 미군의 장래 문제 등 현안 문제들을 대등한 입장에서 풀어나갈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새 행정부는 그런 대한정책 재평가야말로 정통성을 되찾고 있는 한국정부와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국제적 중요성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역할을 정착시키는 작업의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주한미군의 장래 문제가 한미간의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것은 한국에서의 반미경향과 미군철수 주장, 동북아에서의 긴장완화, 앞으로 있을 미국 행정부 교체 등을 배경으로 하여 더욱 강하게 제기될 것이다. 미군에 관련된 문제는 판문점 경비의 한국군 담당, 미군 주둔비의 한국 측 부담 증액, 국군 지휘권의 이양, 그리고 감축, 철수 등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군 문제다. 미국은 연간 수천억불의 재정 적자 압력을 줄이기 위해 해외주둔군 감축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것은 미 의회의 민주당에 의해 더욱 강력히 추진되어 왔다. 한국에서도 주한미군의 철수 원칙에 이론이 없다. 다만 국가 안보에 우선을 두어 점진적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현실주의론과 통일에 우선을 두고 미군을 통일의 장애요인으로 인식하여 조기철수를 주장하는 진보진영의 이상주의론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3만7,000의 주한미군은 전쟁억제력으로 기능하면서 유사시엔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역할을 해왔다. 한국군의 대북 군사모험을 억제하는데도 중요한 힘이 되어 왔고 북한의 도전적인 대남 군사전략에도 불구하고 지난 40 수년간 한반도에서 평화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주한미군의 존재 때문이었다는 점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주한미군의 철수에 앞서 평화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안전장치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자위태세다. 우리는 미군이 철수한다는 전제하에 지금부터 정신자세를 가다듬어 안으로는 방위능력을 키우고 밖으로는 평화외교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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