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세철 미주본사 논설실장>
3세기에서 6세기는 민족 대이동시기로 불린다. 이 무렵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사람들의 체격은 상당히 컸다고 한다. 중세시대에 들어서는 그러나 사람들의 체격은 이상하게 작아진다.
중세시대의 꽃으로 불리는 기사들의 갑옷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당시 쟁쟁한 무명을 떨친 용사들이 입은 갑옷이 오늘날에는 유럽의 14∼5세 소년들에게나 맞을 정도라고 한다.
왜 체격이 변하나. 정확한 답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영양, 주거환경, 운동량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 유럽인들의 단백질 섭취 량은 현대인 기준으로 보면 형편없이 적었다. 평민들은 고기는커녕, 빵도 배불리 먹지 못했다. 기근이 일상화되다시피 했던 게 중세의 생활이었기 때문이다.
주거환경도 그렇다. 대부분의 평민은 마치 새장 같은 공간구조에 갇혀 살았다고 한다. 게다가 위생이란 개념조차 없어 환경은 불결하기 그지없었다. 그 결과 평균연령은 30세 정도였다.
한 쪽에서는 대를 이어 제대로 먹지 못한다. 주거 환경도 형편없고. 다른 쪽에서는 쾌적한 환경에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며 대를 잇는다.
그 탓인지는 몰라도 유럽의 평민과 귀족은 체격에서도 한눈에 차이가 난다. 귀족 출신들은 대체로 체격이 장대하다. 평민출신은 작은 편이다.
미국인의 체격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날로 장대, 아니 비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 남성의 중간키는 5피트9인치. 여성은 5피트4인치다. 10년 전 질병통제센터가 발표한 것이다.
이 수치는 별로 큰 변동이 없다. 그러나 다른 수치가 변하고 있다. 체중이다. 평균 4파운드 정도가 늘면서 허리 사이즈, 힙 사이즈가 계속 변하고 있다는 거다.
몸의 형태가 변할 정도라고 한다. 펭귄스타일이라고 할까. 점차 허리가 없어져가면서 몸통이 둥글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표준 사이즈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여성복의 ‘사이즈 8’은 35-27-37.5인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렇지만 허리가 보통 2인치 이상 굵어져 표준을 바꿀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40-34-40 인치가 종래의 표준. 이를 적어도 41-35-41로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과체중 탓이다. 못 먹어도 탈이지만 너무 잘 먹어도 탈이란 이야기로 들린다.
그건 그렇고 북한의 신세대가 갑자기 떠올려진다. 너무 못 먹고 자라 한국의 신세대보다 머리 하나가 작다고 했던가. 도대체 어떻게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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