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훈 미주본사 논설위원>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의 가치로 친다. 동양에는 ‘살신성인’이란 말이 있고 예수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러나 본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남을 죽여 자기가 사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그건 단순 살인이며 그런 짓을 저지른 자는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이것이 수십 년 째 미국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낙태 반대론의 핵심이다. 개인의 편의를 위해 생명이 붙어 있는 태아를 죽이는 것이 과연 용납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낙태론자들은 태아는 인간이 아니라고 답한다. 그러나 “그럼 언제부터 인간이냐”는 질문에는 딱 떨어진 대답을 하지 못한다.
낙태 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 과학자 손에 의해 처음으로 인간 배아 복제가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배아 복제 실험 대상자로 자원한 16명의 한국 여성 몸에서 240여 개의 난자를 추출해 배아 복제한 후 그 중의 하나에서 줄기 세포를 뽑아냈다고 한다.
배아란 태아가 되기 전 100여 개의 세포로 이뤄진 먼지보다 작은 존재지만 이를 체내에 이식하면 10달 후에는 인간으로 태어난다. 한 여성의 난자에 그 여성의 체내 세포를 결합해 만든 이 배아는 100% 그 여성의 DNA로 된 복제품이다. 물론 이 배아를 인간으로 키우지는 않겠지만 장차 손오공처럼 자기와 똑같은 인간을 얼마든지 만들어내는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배아 복제를 연구하고 있는 것은 배아에 들어 있는 줄기 세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아 내 줄기 세포는 잘 기르면 눈에서 간, 피부등 신체의 어떤 장기로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이용, 파킨스 병에서 척추 이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병을 퇴치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줄기 세포를 빼낸 배아는 폐기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잠재적 인간인 배아는 물건처럼 생산됐다 버려지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미시건 주를 비롯한 미국 내 여러 주에서는 배아 복제를 징역 10년의 중형으로 다스리고 있다. 연방 하원은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2번이나 통과시켰으며 백악관도 유엔을 통한 전 세계 배아 복제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모처럼 한국인이 의학적 개가를 올린 것은 경하할 일이나 한가지 꺼림찍한 부분이 있다. 인간 복제의 윤리성에 대한 고민이 너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미 언론들은 이 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그토록 많은 난자를 손쉽게 구한 데 놀라움을 표시하고 그것이 이번 실험 성공의 주원인으로 분석했다.
한번 얻은 지식은 병밖에 나온 지니처럼 다시 가두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번 연구팀은 줄기 세포 추출법을 자세히 발표, 누구라도 흉내낼 수 있게 해줬다. 의학적 업적에 찬사를 보내기 전 인간 장기를 생산해 팔고 사는 세상이 과연 바람직한 곳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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