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56년 9월부터 1957년 5월까지 9개월 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의 아시아국장 라지 박사의 지도 아래 ‘아시아에 있어 중앙은행 정책의 새로운 방안’이란 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워싱턴에는 한국식료품가게가 한군데도 없었다. 자취 생활을 하던 나로서는 한국음식에 소요되는 자료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불가불 일본식료품가게를 찾아갈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식료품상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하와이에서 일인회사가 제조한 병에 든 김치였다.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 그 당시 내 호주머니 형편으로는 겨우 한 병을 살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앉은 자리에서 김치 한 병을 먹어치워 버렸다.
이렇게 김치에 굶주린 나에게 한 한국학생이 저렴한 가격으로 김치를 살 수 있는 비결을 알려주었다. 어느 분의 전화번호를 주며 걸어보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걸면 저쪽에서 “차 있소?”하고 물어올 것이니 “차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면 그분이 아파트까지 손수 배달하여 준다는 것이었다. 그대로 전화를 하여 그분과 시간 약속을 하였고 나는 아파트 앞에 서서 기다렸다.
약속 시간이 되니 한 신사가 커다란 유리 항아리에 가득찬 김치를 보듬고 나오시지 않는가. 나는 내 눈을 의심하였다. 바로 1946년 봄 학기에 서울대학교 문리대에서 ‘성서 영어’를 가르쳐주신 김성덕 교수님이 아닌가. 나는 달려가 “교수님 저는 교수님으로부터 ‘성서 영어’를 수강한 김병국입니다” 곧 저를 알아보시고 우리는 뜻밖의 해후를 기뻐하였다.
김성덕 목사께서는 1945년 잠시 귀국하시어 주한 미 군정청에 근무하시여 해방된 조국의 민주화에 기여하셨고 1947년에는 서울대학교 학생처장의 보직을 맡으셨다. 1955년부터 1973년에 이르는 동안 김 목사님은 황재경 목사님과 더불어 ‘워싱턴지역 한국 감리교 연합교회’의 정신적 지주로서 교회의 기강을 세우셨다. 연합교회는 1951년 미미한 발족을 보았다. 여러 차례 주소를 옮겨다니다가 1984년 버지니아 주 맥클린 현 위치에 자리잡았다.
1951년 당시 워싱턴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100명 남짓이었고 연합교회는 그중 32명의 신자로 발족했다. 현재 연합교회는 웅장한 건물의 위용을 갖추고 있고 일요일에는 몰려드는 신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딴 곳에 주차장을 마련하고 있다. 외국선교도 ‘방글라데시’에 복음의 씨앗을 심고 있다.
외교통상부 2003년 ‘재외동포현황 집계’에 의하면 워싱턴거주 한인은 12만명에 육박하고 시민권자는 2만6,000여명 영주권자는 6만9,000여명, 그중 자영업자 40%로 집계했다.
이제 대형 한국마트에 가면 한국 식료품이 없는 것이 없다. 1951년 불과 100여명의 워싱턴 거주 한국인 수가 2003년에는 12만 명에 육박하고, 1956년 한국심품상이 한곳도 없었던 것에 비해 오늘날 워싱턴 및 그 주변지역에 즐비한 한국식료품상들의 맘모스 수퍼마켓과 비교할 때 그 발전상태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소위 ‘외화내빈’의 현상은 아닐지?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의 제2 부두에 닻을 내린 첫 이민선을 하선한 102명이 이민사의 첫 장을 이루었다 그들은 ‘계약이민’으로 사탕수수밭에서 일을 시작했다. 비지땀을 흘려 번 돈을 아껴 일부는 저축하고 일부는 독립자금으로 아낌없이 기증했다.
연방 상원은 2003년을 ‘한국이민의 해’로 지정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2003년 1월13일을 ‘한국이민의 날’로 선포했다.
워싱턴 거주 한국인들이 초기 이민 103인의 정신을 받들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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