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을 꾸었다. 며칠 전에 한국 TV에서 보았던 장면이 나타나 잠을 설쳤다.
거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비참하게 살아야 하는 인생들. 참다못해 꽃다운 20대 나이에 자신의 죽음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어 복잡한 육교 난간에 목매어 죽은 거시기 다른 사람.
거시기가 다른 아들을 산 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세상을 등지고 모자가 외롭게 사는 모습. 결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거시기 다른 사람끼리 같이 살지만 자식을 낳지 않기 위해 불임수술을 해야하는 현실.
한국 크레용 색깔 중에 살색이 있다. 살색이 아니면 사람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백인은 좀 나으나 흑인은 무시당하고 동남아시아 계통 사람은 사람취급도 안 한단다. 살색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한국인은 왜 차별의 이중 잣대, 삼중 잣대를 가지고 있는가.
거시기가 다른 사람은 군대도 못 가니 한국인도 아니오, 그렇다고 미국시민권도 안 주니 미국인도 아니다. 그들은 바로 국제 미아인 셈이다.
차별하는 거시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얼굴이 못 생겼다고, 가난하다고, 공부 못한다고, 가문이 형편없다고, 신체에 장애가 있다고, 혹은 남과 뭔가 다르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거시기들.
문제의 심각성은 차별을 하면서도 차별을 하고 있다는 의식을 못 느끼는 차별 무감각 증세에 있다. 눈에 보이는 거시기로만 사람을 판단하다 보니 ‘인권의 지각생’이 될 수밖에.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시기, 즉 사람됨으로 볼 때가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어젯밤 꿈을 꾸었다. 거시기가 다르다 할 지라도 같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것을 꿈꾸었던 킹 목사의 꿈이 실현된 것을. 어젯밤 꿈의 마지막 장면 때문에 그나마 잠을 덜 설쳤던 것 같다. 어젯밤 꿈은 좋은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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