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한 통계치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그건 바로 한국의 결혼대비 이혼율이 47.4%라는 통계였다.
두 집에 한 집 정도 꼴이라는 말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너무 과장된 숫자인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내게 남편은 이는 설문조사를 통해서 나온 자료가 아니라 결혼과 이혼 사실을 거주지 동사무소에 보고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나온 통계이기 때문에 정확하다라는 말에‘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오래오래 해로하라던 주례선생님들이 말이 이제는 무색한 시대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의 결혼 대비 이혼 비율은 미국(51%)과 스웨덴(48%)이 우리 나라보다 조금 높을 뿐 ‘이혼의 천국’으로 알려진 노르웨이(44%), 영국(42%), 캐나다(38%), 프랑스(33%), 독일(30%) 등 복지수준이 높은 대부분의 선진국조차 우리 나라보다 낮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현 추세라면 조만간 1위에 등극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다.
인터넷 사이버 게시판에 가 보았더니 이혼이 이토록 급증한 이유들에 대해서 갑론을박을 하고 있었는데, ‘돈 문제’와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이라는 주장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듯 했다.
한국은 결혼하기는 어려우나 이혼하기 쉽고 미국은 결혼은 하기 쉬우나 이혼하기는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이혼 절차가 길고도 복잡하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현재까진 ‘이혼율 세계최고’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10년 사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얘기로 볼 때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혼은 먼 옛날처럼 입 하나 줄이고자 또는 종족 보존만을 위해서도 아니며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인생의 진정한 반쪽과 가족을 완성할 수 있는 무한의 책임이 뒤따르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이므로 본질을 외면한, 필요에 의한 결혼이야말로 가장 회피해야 할 대상이라는, 어느 잡지에서 읽은 글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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